[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영포티(젊은 40대)'를 중심으로 남성복 시장을 키우던 패션기업들이 이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편집숍을 강화하고 있다. 그 동안 단순히 '아재'로 분류되던 40대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트렌디한 패션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품는 쪽으로 매장 구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남성복 시장은 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절대적인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과거 주로 아내가 골라주던 옷을 입던 남성들이 직접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실제로 2013년 20% 선이었던 백화점의 남성 결제 비중은 올해 30%를 넘어섰다.
남성 소비의 주축은 과거 X세대로 불렸던 '영포티'다. 90년대 사회·문화 전반을 주도했던 이들은 최근에도 개인의 취향과 가치, 젊은 감성 등을 바탕으로 패션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패션업계는 우선 그 동안 남성복 시장이 가졌던 딱딱하고 올드한 이미지를 버리며 젊어진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하고 있다.
패션기업 세정은 메인 브랜드였던 '인디안' 대신 이탈리아 감성의 남성복 브랜드 '브루노바피'를 전면에 내세우며 젊은 감성을 수혈하고 있다. 제품도 기존 포멀라인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강조하며 주요 소비층을 3545 세대로 낮췄다.
LF(093050)는 젊은 감각의 슈트를 찾는 고객을 겨냥해 '미스터 헤지스'를 선보였다. 셔츠, 바지, 재킷 등 슈트 아이템을 중심으로 선보이면서도 티셔츠, 스웨터 등 캐주얼 아이템과 매치하기 좋도록 상품을 기획했다.
최근에는 각 브랜드들이 앞다퉈 편집매장 성격을 강화한 점포를 늘리고 있다. 과거 단순히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개별 제품의 특성이나 디자인을 보고 구매하는 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까다로워진 영포티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사 제품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소개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지난 9월 선보인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은 편집숍 역량을 강화한 대표 사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직접 선보인 첫 남성복 브랜드임에도 절반에 가까운 40%를 해외 브랜드 제품으로 채우고 있다. 품목도 선글라스, 스니커즈, 구두주걱 등 소품으로 다양화해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000830) 패션부문은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와 럭셔리 편집숍 '란스미어'를 결합한 '갤럭시라운지'를 현행 2곳에서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사업 효율화를 위해 란스미어 사업부를 갤럭시로 흡수시키며 편집숍 역량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갤럭시와의 통합운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신원(009270)도 남성복 지이크의 편집숍 형태 매장 '맨큐바이지이크'를 선보였다. 향수, 디퓨저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함께 선보이는 매장으로 의류부터 소품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게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보면 이미 편집숍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소비자 개인의 스타일이 명확해지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골라 사는 소비패턴이 정착되면서 편집매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세정 브루노바피)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