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분당 초읽기…비박 “20명 이상 탈당”
친박,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 사실상 거부…외부수혈 유력
2016-12-20 17:31:59 2016-12-20 17:31:59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새누리당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비박(박근혜)계가 요구한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주류 친박계가 사실상 거부하면서 비박계는 21일부터 탈당 과정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비박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갖고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가 여의도 모처 비공개 회동을 통해 탈당을 최종 결심하고 21일부터 세 규합과 분당 과정 본격화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황 의원은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 당내 쇄신과 변화를 만들기 위해 인내하며 노력해 왔으나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며 “우리의 마지막 요구였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요청도 친박계에게 거부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명단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20명 이상의 탈당은 분명하다”며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자신했다. 또 “당내 중도지대 의원들에게도 우리 뜻을 전하고 세 규합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유승민 비대위원장 인선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친박계의 반발은 거셌다.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은 “그분은 당을 화합 쪽으로 이끌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며 혹평했고, 홍문종 의원도 “찬성보다는 반대 목소리가 굉장히 크고 셌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김진태 의원은 아예 ‘유승민 3불가론’을 주장하고 “신뢰·능력·염치 등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이 되려면 자신이 꼭 돼야 하는 이유를 의총장에 나와서 밝혀라”라고 요구한 정우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조건으로 ▲당내 화합 ▲당의 쇄신 ▲보수정권 재창출을 거론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세 가지 기준에 유 의원이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하겠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3일 내에 가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당을 구해줄 인사가 외부에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비주류 쪽에서 진정성을 갖고 현직과 당외 인사를 다 놓고 훌륭한 인사를 추천해주길 기다린다”며 유 의원이 아닌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출범 일주일 만에 해체를 선언한 친박모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모임의 공동대표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 지사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그 누구도 ‘최순실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친박이든 비박이든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도 그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기는 용이하지 않다”면서 외부수혈론을 주장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 등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같은 날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원내대표는 내가 싫다면 왜 싫은지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의원총회서 (당헌과 당규에도 없는) 비대위원장 정견발표를 요구한 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며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짓”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만약 비대위원장 선출을 경선으로 하겠다면 거기엔 응하고 친박이 내는 후보와 토론하고 정견 발표도 하겠다”며 “그렇게 할 의향이 있으면 그렇게 하고 아니라면 그런 무례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침했다.
 
유 의원은 “아직 정 원내대표가 본인 입으로 확실한 결론을 안 냈다”며 “공식적인 결론을 공표하면 다른 의원들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이제까지 뜻을 같이 해온 비상시국위원회 의원들하고 같이 행동해야 하지 않겠나. 분당이나 탈당 문제를 오늘부터 시작해 충분히 같이 대화하고 결론을 내겠다”라고 정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박근혜)계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서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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