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없인 금융사 자회사 전락 우려"
"효율적인 경영 위해서 인터넷기업의 주도적 경영이 필수 전제조건"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아 '반쪽 짜리' 그쳐"
2016-12-27 06:00:00 2016-12-27 06:00:00
[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이르면 내년 1월 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의 은행업 영업을 인가했다. 곧 두번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내년 초 본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게 됐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아 '반쪽 짜리' 인터넷은행에 그쳤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이나 보험, 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인터넷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주도로 금융과 ICT를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인데, 이런 지분 구조에서는 금융사 대주주가 인터넷 은행을 주도하고, ICT기업은 보조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ICT기업 주도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을 만나 업계 발전방안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사진/인기협

-인터넷은행의 주도를 IT기업이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만은 IT기업이 주도권을 가져야 인터넷은행의 특성이 최대로 발휘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은행은 기존의 오프라인 은행과 다르게 온라인 은행으로 대면 거래가 아닌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거래 위주로 이뤄지는데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인터넷 기업의 주도적인 경영이 필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현재 구조로는 추후 자본 확충을 위해 증자를 할 때 IT기업들이 지분에 참여하지 못하고 결국 금융사들만 자본 확충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의사결정이 금융사 위주로 이뤄져 결국 인터넷은행은 기존 금융사 자회사로 전락할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 지지의 이유는.
혁신성을 가진 인터넷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저성장에 진입한 은행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뿐만 아니라 핀테크, 밴처기업 등을 망라한 인터넷 산업발전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다. 현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의결권은 4%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고 인터넷기업의 특징과 강점을 활용한 서비스가 제한된다. 따라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ICT기업이 경영을 주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보유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인터넷은행에 대한 특례 적용과 규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논의는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ICT기업의 지분보유 기준을 완화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추가 규제를 부과하는 것이다. 가장 골자가 되는 추가 규제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신용공여(상환능력을 고려해 금전을 빌려주는 것)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다. 또 특례 적용에 대해 은산분리의 기조가 훼손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회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발의를 환영한다.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시민사회 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인터넷은행의 본격적인 출범 이전에 법안 심의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특례법 제정안 통과가 늦어진다면.
ICT기업의 주도가 제한된다면 결국 ‘또 하나의 은행’이 추가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현재의 지분보유 구조가 유지될 경우 이는 결국 시중 은행에 은행 두 곳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차별성 없는 은행들의 경쟁만 가중돼 현재의 금융-산업계의 혁신이 저해될 것이다.
 
-다음 정권으로 특례법 통과가 미뤄진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걸릴 수 있다.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은 당초 사업계획에 따라 정상 출범하고 영업을 개시할 전망이다. 그러나 자본금 확충과 경영전략 수립 등 핵심적인 의사결정에 있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야당도 다수 의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권에서의 통과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 제정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중국과 미국 등 해외와 비교해 국내 핀테크 산업 위치는 어떤지.
IT강국인 미국과 중국에서 인터넷은행은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그에 반해 한국은 크게 뒤쳐져 있다. 미국에는 현재 20여개의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고 있고 중국은 지난 2014년 3월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은행권에 대한 경쟁요소 도입을 목적으로 민간 산업자본이 중심이 되는 5개 민영은행 설립을 허가해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축으로 한 인터넷은행이 등장했다. 심지어 일본도 연평균 3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97년 은행법을 개정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20% 미만 소유제한을 폐지했다. 2010년이후 라쿠텐은행과 재팬은행 등 ICT기업이 주도한 인터넷은행이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이 더욱 늦어지면 국내 핀테크 분야는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해외시장 진출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마저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내주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미 알리페이, 페이팔 등 글로벌 거대 핀테크 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입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출범은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타트업 위주의 각종 핀테크 기업들은 인터넷은행의 활성화와 맞물려 성장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 상황에서 마땅한 돌파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사이에 핀테크 산업의 주도권을 해외에 빼앗길 수 있다.
 
-해외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침투 사례는.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해 2월 동양생명을 1조22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 4월에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35억원에 인수했다. 또 ING생명의 매각 협상에 JD캐피탈과 타이핑생명, 푸싱그룹 등 중국계 자본이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다. 또 우리나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 제3금융권은 일본계 자본과 기업들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IMF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대부업 시장에서의 성공적 안착과 수익을 바탕으로 저축은행권 까지 장악하고 있다.
 
-정상화된 인터넷은행의 출범과 운영으로 금융-산업계에 기대하는 변화는.
현재 우리나라에 혁신이 필요한 금융계와 IT 산업계 모두에 혁신 동력이 돼 기존 플레이어와의 경쟁을 자극하는 한편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시도하는 새로운 기법의 금융서비스 제공은 시중은행의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요인을 더욱 자극해 은행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또 핀테크 분야의 중소기업,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인수·합병( M&A),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은산분리 규제를 아직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근거로 과거 동양그룹 사태를 들기로 하는데.
인터넷은행은 동양사태와 같이 신용도가 낮고 투자자보호가 안되는 기업채권 발행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산업대출에 초점을 맞춘 은행이 아니다. 인터넷은행의 특징 상 개인금융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그 중 여신분야의 경우 중금리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일본계 대부업체가 장악한 고금리 시장과 시중은행 간 경쟁을 촉진할 것이다. 이는 곧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상공인, 청년 등의 후생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또 국내 인터넷은행의 경우 인터넷, 금융, 통신, 유통 등 전 산업분야를 선도하는 업체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은행 운영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법리적 차원에서도 현재 제시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여러 법안들은 지분보유 한도 완화와 함께 대주주의 신용공여 전면 금지 등 규제 강화를 동시 적용하고 있어 은산분리 완화의 우려를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
 
-너무 빠른 특례법 통과에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빠르고 안전한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시행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며 이러한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더 안전하고 편리한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금융서비스는 사회적 리스크를 수반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한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적 특성이 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이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이 이루어지고 시행착오를 통해 서비스가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처음 틀이 잘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특례법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인기협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