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KT(030200)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황창규 회장의 연임을 위해 기가인터넷 실적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KT의 초고속 인터넷 상품인 ‘기가인터넷’은 5세대(5G) 통신 기술과 함께 황 회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기가인터넷은 초당 100메가비트(M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광랜 초고속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초당 1기가비트(Gbps) 속도를 자랑한다. KT는 2014년 10월 기가인터넷의 전국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기가인터넷의 가입자 유치 목표를 200만으로 잡았지만 3분기 만에 이를 달성하자, 올해 1월까지 목표를 250만으로 늘려 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기가인터넷 가입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라는 압박이 가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KT 관계자는 5일 "평소에도 기가인터넷 가입자에 대한 목표치가 제시된다"며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기가인터넷 가입자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라는 압박이 대폭 강화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회장의 연임을 앞두고 그룹 차원에서 실적을 챙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KT는 기가인터넷과 5G를 지난해 최대 성과물로 꼽기도 했다. 기가인터넷 250만 돌파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최근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기가인터넷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연간 50억원의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기가인터넷 상품을 사용해도 PC에서 기가급의 속도를 체험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T전문가는 "1기가의 인터넷 속도를 PC에서 구현하려면 랜카드는 물론 하드디스크까지 처리속도가 받쳐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PC는 그런 사양을 갖추지 못한다"며 "특히 공유기를 쓰는 가정이나 PC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은 기업용은 속도 저하가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가입자 유치 할당은 없어진지 오래됐다"며 "인터넷 속도는 각 환경에 따라 누수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KT는 지난 4일 CEO추천위원회를 꾸렸다. 추천위는 사외이사 7인 전원과 사내이사 1인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추천위는 황 회장에게 오는 6일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황 회장은 지난 2일 신년 결의식에 앞서 일일이 직원들을 만나고,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CES도 참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사실상 연임 의사를 내비쳤다.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면 CEO추천위는 회장 후보로의 추천 여부를 심사한다. 황 회장이 연임의사가 없거나, 추천위의 심사결과 회장 후보로 추천되지 않을 경우에는 규정에 따라 다른 후보를 물색하게 된다. 다만, KT가 황 회장 취임과 함께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안팎에서는 그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차기 CEO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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