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이 8일(현지시간)을 끝으로 4일 간의 여정을 마쳤다. 150여개국 3800여개 업체가 출격해 저마다의 첨단기술을 뽐내면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만 16만명을 넘었다. 각 국에서 몰려든 미디어들로 수많은 뉴스가 쏟아졌으며, 전 세계의 이목도 황금사막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쏠렸다. 물 밑에서는 북미 바이어들을 사로잡기 위한 업체들 간 영업전선이 펼쳐지면서 총성 없는 전쟁을 이어갔다.
특히 올해 50주년을 맞아 의미는 더해졌다.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번 CES의 주제를 '접근성'으로 잡았고, 전시 주제에 맞게 사물인터넷(IoT)의 확산이 눈에 띄었다. TV를 비롯해 가전으로 한정되어 있던 전시 범위도 가전, IT, 통신,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 융복합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음을 명확히 입증했다. 스마트홈을 비롯해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가 눈 앞에 펼쳐졌다. 다만, 이 또한 최근 수년간 이어져오던 기술의 연장선상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혁신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사진제작=뉴스토마토)
①TV
가전의 꽃인 TV부문에서는 글로벌 TV 제조업체들이 OLED TV와 퀀텀닷 TV 진영으로 나뉘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OLED TV는 자체발광 소재로, LCD보다 화면이 밝고 명암비가 우수해 꿈의 TV로 불린다.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아 디스플레이 자체의 두께와 무게를 줄일 수 있고, 롤러블 등 다양한 형태의 변형도 가능하다. LG전자가 마치 그림 한 장을 벽면에 붙인 듯한 얇은 두께의 시그니처 OLED TV W를 선보이며 선도업체다운 기술력을 자랑한 가운데, 일본의 소니가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스카이워스, 콩카, 창홍 등과 함께 유럽의 필립스, 그룬딕, 뢰베, 메츠, 베스텔 등이 OLED TV 진영을 구축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QLED TV를 내놓으며 퀀텀닷 TV 진영을 이끌었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나노미터(10억분의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다. 색을 나노 단위의 정확도로 조절할 수 있어 일반 TV에 비해 5배 이상 정확하고 순수한 색을 구현해낸다. 퀀텀닷 진영에는 중국 TCL, 하이센스, 러에코 등이 가세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LG전자의 OLED TV와 비교시연을 단행, 양사 간 신경전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즉각 퀀텀닷은 결국 LCD에 불과하며 OLED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비판, 다시 삼성의 재반박을 낳았다.
삼성전자의 QLED TV. 사진/삼성전자
②스마트홈
가전업체들은 수년째 스마트홈 구현을 목적으로 사물인터넷(IoT)을 각 제품으로 확장하고 연결성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집안 곳곳에서, 자동차 주행 중에도, 모바일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든 가전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강화했다. 단순히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빅데이터,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을 연동해 진정한 IoT 일상을 펼쳐냈다. 삼성전자, LG전자, 월풀 등 글로벌 선두주자들을 비롯해 중국 하이얼, 하이센스, 창홍, 스카이워스 등도 스마트홈 사업에 발벗고 나서면서 미래 가정인 스마트홈의 대중화가 앞당겨졌다.
LG전자의 스마트홈존. 사진/LG전자
③인공지능(AI)
전자, 가전, 로봇,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AI의 활용은 무궁무진했다.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돼 각종 디바이스들과 음성대화가 가능하고, 기기 자체가 센서로 주변환경을 감지해 작동 유무를 알아서 결정하기도 한다. 사용자의 음성명령을 인식해 웹 검색, 음악 재생, 리스트 작성, 스케줄 관리, 일정 관리, 쇼핑, 주문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각종 AI 기기가 소개됐다. 로봇들도 AI를 만나 한층 진화됐다. 청소하는 로봇부터 정보 제공 로봇, 물류 로봇, 교육 로봇, 친구 로봇까지 AI 탑재 로봇이 대거 공개됐다. 한편, 스마트폰 OS(운영체제)에 이어 AI의 기본이 되는 음성인식까지 미국이 사실상 독점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힘을 과시했다.
코웨이의 로봇 공기청정기. 사진/코웨이
④자율주행차
현대차, 혼다, 도요타, 폭스바겐, 패러데이퓨처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 기술력이 집약된 자율주행차를 전시하며 CES의 또 다른 주연으로 떠올랐다. 콘셉트카도 대거 출격, CES를 모터쇼로 물들였다. 부품업계의 전장부품과 IT 업체들의 각종 소프트웨어가 결합, 업종 간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이 자율주행차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특히 AI가 활용되면서 자동차를 사람과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안전운전의 총아로 끌어올렸다. 폭스바겐은 소형 전기차 I.D.를 통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사진/뉴스토마토
미국 라스베이거스 =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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