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새해를 여는 화두에는 유난히 절벽이라는 표현이 많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이 인구절벽이고, 그 뒤를 이어 소비절벽, 취업절벽, 성장률절벽 등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말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까지 덧붙인다면 정치절벽도 포함된다.
절벽은 사전적으로 크게 4가지 뜻이 있다. 첫째가 바위가 깎아 세운 것처럼 아주높이 솟아 있는 험한 낭떠러지, 둘째가 아주 귀가 먹었거나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셋째가 고집이 세어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마지막으로 앞을 가릴 수 없는 깜깜하게 어두운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루는 말 등이다.
말 그대로 절벽이 우리사회가 처한 현실을 무섭도록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앞서 말한 각각의 절벽을 하나씩 곱씹어보면 결국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먼저 새해 주요 화두로 떠오른 인구절벽은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덴트가 2014년에 제시한 개념이다. 이에 가장 대표적인 인구절벽국가로서 우리나라가 꼽히고 있다.
인구절벽은 이미 초중고생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대비 올해 서울지역 학생은 초등학교 1만4554명, 중학교 2만3554명, 고등학교 8750명이 각각 감소했다. 특히 이러한 감소세는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도 2016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2065년에는 2062만 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가적 재앙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인구절벽의 문제는 취업절벽과 소비절벽에 연결돼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녀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가구소득의 25%로 부모의 60%가 이런 양육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하고 출산하고 양육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막대한 양육비용이 지출되는 상황에서 줄어드는 일자리와 소득, 이로 인해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필연적으로 소비절벽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전체 가구 대비 월평균 지출 100만원 미만 가구 비율이 13.01%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3분기 14.0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2009년 당시가 금융위기 직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3분기의 소비수치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결과다.
성장률절벽은 앞서 말한 모든 절벽의 총체적 절벽이다. 이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복지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성장률 절벽은 성장이 멈춘 우리사회가 쪼그라드는 사회로 진입한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절벽으로 상징되는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정치권을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사회가 직면한 공동체의 위기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탄핵정국에 빠져 정치절벽에 몰려있다. 오히려 국민을 돌봐야할 정부와 여당은 국민을 상대로 온갖 민폐는 다 끼치고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 사태로 추락한 국격을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으로 회복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니, 이는 국민이 국가를 돌보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국민은 힘들다. 정치를 봐도 힘들고, 통장을 봐도 힘들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남들만큼 잘해주지 못해 힘들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집 때문에, 집을 사도 대출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도 오르는 물가에 한숨만 절로 나온다. 이제 사방을 둘러싼 절벽을 넘기 위한 사다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가 정략과 꼼수, 정파의 이익으로 점철된 정치절벽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향한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사다리를 만들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결혼과 출산, 소비활동 모두 국민이 마음 편할 때 제대로 이루어진다. 지금과 같이 자신들만을 위한 정치권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10년간 80조원 쏟아 부은 출산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아무리 많은 재정과 시간을 투입해도 결과는 사다리 없는 절벽뿐이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명심해야 할 사다리의 재료로서 이를 제대로 만들 몫은 정치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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