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자료 중 하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행하는 각종 분석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인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하기 때문에 내용이 정확하고 믿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불신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수’ 일변도의 보고서가 대부분이다 보니 투자의견 ‘중립’만 돼도 주식매도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주가폭락 등 이미 상황이 다 지나가고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다음에 뒷북으로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을 하향하는 점도 보고서의 신뢰를 잃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과가 다 나오고 난 다음에 보고서에 반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전문가라면 이상징후를 먼저 포착해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불만이다.
최근에도 ‘뒷북’ 보고서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한미약품은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당뇨신약 계약 중 일부가 해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당초 받았던 계약금 4억유로 중 절반인 1억9600만유로를 순차적으로 반납하게 됐다.
악재성 공시가 나온 다음 A증권사는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는 70만원에서 34만원으로 무려 51%나 하향했다. 다른 증권사들의 보고서를 봐도 비슷하다. B증권사는 70만원에서 45만원으로 35.7%, C증권사는 72만원에서 36만원으로 50% 내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를 애널리스트가 사전에 알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애널리스트는 미래의 주가를 예언하는 점쟁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점도 있다.
그러나 급격한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 변화는 보고서 및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보면 더 심각한 점이 발견된다. 2015년 상반기 1만8000~1만9000원선을 유지하던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대규모 부실이 알려지면서 그 해 7월10일 1만3200원에서 17일 7980원으로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매도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이미 피해를 보고 난 같은달 23일에 처음으로 나왔으며, 13일까지도 매수 보고서가 나왔다. 심지어 이 기간 동안 아예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상당수였다. 책임을 면피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올바른 리서치센터 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최근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리서치센터에 대한 갑질도 잘못된 것이지만 뒷북 보고서도 감소해야 한다.
김재홍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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