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3차 변론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정상근무를 했다”는 취지로 자신의 행적을 담은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시간대별로 정리해놓은 답변서를 보면 박 대통령이 학생 구조를 위해 한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 1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야 처음 보고를 받아 청와대 보고 시스템이 마비됐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A4 16쪽 분량의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사고 상황 보고서를 처음 받아 사고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세월호는 앞서 오전 8시48분쯤 사고가 일어나고 1분 뒤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오전 9시27분에는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졌고, 해경이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사이 목포해경은 구조본부를 가동했고, 해양수산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대통령의 답변서를 보면 대통령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고받지 못한 채 오전 10시가 돼서야 세월호 사고를 처음 인지한 셈이다. 이미 방송 뉴스는 실시간으로 사고 속보를 보도하기 시작했는데, 대통령은 이 조차도 알지 못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해명과도 모순이다.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서 서면보고만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집무 공간으로 본관 집무실·관저 집무실·위민관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면서 ”청와대는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근무 체제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시간 재택근무 체제라고 스스로 밝히면서도 오전 10시 처음 사고를 인지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무를 게을리 하지 않고서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재난 발생을 인지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신속한 보고와 대응이 필수적인 국가적 재난을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늑장 보고 받았다면 청와대 내부 또는 정권차원의 시스템 마비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진성 재판관도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한데 답변서에는 이 내용이 안 나온다”며 “기억을 살려서 밝히라”고 주문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이후 TV에 보도됐는데 TV를 통해 알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 답변서에는 대통령이 처음 보고 받은 시점과 별개로 최초 인지 시점에 대한 부분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답변서에는 오후 2시50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해 370명 구조 인원은 사실 아니라고 정정 보고를 했고, 박 대통령은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후 경호 준비 등 문제로 출발시간이 약간 지연돼 중대본 방문이 5시15분에 이뤄졌다는 게 대통령 측 해명이다. 청와대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곳에 2시간15분 만에 도착한 이유에 대해 박 대통령은 ‘경호상 등 준비 문제’를 이유로 대고 있고,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또 대통령 측은 오후 5시15분 중대본 방문에서 “많은 승객들이 빠져 나오지 못한 걸로 알고 있으니 생존자를 빨리 구할 것”, “중대본 중심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 동원하라”, “일몰 전에 생사를 확인해야 하니 모든 노력을 하라”, “피해자 가족에게 모든 편의 제공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주장에 따르더라도 국가 재난인 세월호 참사 인지 7시간이 지나고서 중대본에 지시를 내린 것은 늑장지시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공개 변론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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