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치권이 앞다퉈 대선국면을 앞두고 금융사고 및 금융분쟁시 금융회사의 책임을 명시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는 공감하지만 자칫 이 같은 정책경쟁이 '반(反) 금융사' 정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금융소비자 보호' 키워드를 입법 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당의 정강정책에 반영하고 있어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달 초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된다"며 금산분리 강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4대 재벌 개혁 공약으로 대기업의 업종 확대를 막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제2금융회사의 소유권 분리 등 대기업규제안을 발표했다.
금산분리 강화가 경제정책의 핵심인 '재벌 규제 강화' 차원에서 언급됐지만 현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모두 산업 자본이 다수 투입된 곳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강화 기조가 현실화 된다면 산업자본 주도의 은행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 정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2금융권 및 대부업권으로 대출수요가 몰리면서, 서민층 부담으로 금융사의 배를 불렸다는 지적에 따라 대출금리 인하 이슈도 재등장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최근 대부업 대출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0%로 낮추는 대부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해 초 34.9%에서 27.9%로 하향 조정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에 적용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고금리대출 의존도가 높은 저축은행과 대부업권이 타격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분이 시장에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금리를 다시 낮추면 대출수요 이동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도 눈에 띈다. 최근
삼성생명(032830) 등 대형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일부 지급하는 것으로 백기를 들었지만 모호한 약관과 소멸시효 논쟁은 여전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이 발의한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특별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자살보험금 청구권이 소멸시효 만료로 사라지더라도 법 제정 이후 3년 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계약자에게 보험금의 종류를 설명하고 확인서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새누리당 김정재 의원은 실손의료보험 중복가입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보험사 또는 보험설계사가 실손의료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가입자의 중복계약 체결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보험업권에서는 피보험자에 대한 통지 의무를 보험사에 일방적으로 부과하게 되면, 피보험자의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통지를 받을 능력이 안되는 경우 등에 따라 보험사가 통지 의무를 이행하는 데 부담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그와 같은 부담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경우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과 같은 금융사고시 소비자 피해를 보장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인정보의 불법적인 훼손·멸실·변경·유출 등으로 피해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피해보상 등 등의 소송을 제기하면, 판결의 효력이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 및 배상명령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같은 법안들은 저성장 기조와 금리 인상기에 서민층을 옥죄는 금융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로, 무조건 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 매도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실화 될 수 있는 법안은 극히 적겠지만 시장원리를 저해하는 쪽으로 입법 활동이 몰릴까봐 우려된다"며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어 정권 교체가 촉박하게 진행된다면 인수위원회 기간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기존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을 토대로 새 정부 로드맵을 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이진복 위원장 사회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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