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판 시한을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3월13일) 이전으로 제시함에 따라 ‘4월 말, 5월 초’ 조기대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기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선거일이 100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이른바 ‘대세론’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30일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설맞이 일정을 마치고 상경해 본격적인 대선준비 채비에 나섰다. 당초 설 연휴를 경남 양산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그는 자택 인근 통도사와 김해 봉하마을 방문, 송기인 신부 예방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다가오는 본선 준비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명시적인 대선출마 선언 시점은 조금 늦춰 잡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출마선언을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박 대통령) 탄핵이 끝나야 다음 대선 일정이 마련되는 것이고 그 때 하는 것이 맞다”는 말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비후보 등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자신을 추격하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각각 지난 22·23일 대선 출마선언을 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권에서는 표의 확장성을 고려해 박 대통령 지지층을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선출마 선언을 통한 세몰이가 그리 급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5.3%로 2위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16.3%)을 1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지지율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두 사람이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여왔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이 중 취약 지역인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리서치뷰가 지난 2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44.6%을 기록하며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16.7%)와의 격차를 벌렸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호남 지역은 아무래도 가능성 있는 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문 전 대표를 경계하는 일부 야권 인사들이 대선 전 개헌을 매개로 이른바 ‘빅텐트’를 구성하는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설 연휴기간 중 반 전 총장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총리 등과 회동 또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새판짜기에 나섰다. 박 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손 의장과 정 전 총리와는 소위 말하는 정권교체를 위한 텐트작업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와도 개헌문제를 비롯해 대선 정국의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다만 반 전 총장에게는 "현 상황에서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빅텐트론에 대한 정치권 내 비판 움직임에 대해 "그분들은 그분들의 길이 있겠지만 우리의 길에 대해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간담회에서 “지금의 빅텐트론은 필연적으로 범 새누리당 세력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며 “민심과 동떨어진 곳에 세운 빅텐트는 국민 민심의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도 정 전 총리를 만나 정국 상황을 논의하고 결선투표제 도입 등 6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회동 브리핑에서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이 향후 대선정국에서 연대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합의내용이 그런 내용 아니냐.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조만간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이 의원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앞줄 오른쪽)가 지난 29일 오후 설 연휴를 맞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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