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지난해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량이 전체 수입량의 10.4%를 차지하며 지난해(4.1%) 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원유 덕분에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올해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산 원유(콘덴세이트 포함) 수입량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총 1억1194만배럴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원유량은 총 10억7812만배럴로 전년(10억2611만배럴) 대비 5% 증가했다.
지난해 초부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거래처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에도 불구하고 경제제재 기간 동안 받은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당분간 산유량을 줄이거나 동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도입 단가도 이미 지난해 2월쯤부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보다 저렴해졌다.
국내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096770)과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011170)의 합작사로 지난해 10월 첫 가동에 돌입한 현대케미칼이 이란산 원유 수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콘덴세이트를 기반으로 파라자일렌(PX) 등 고부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인천석화는 일찌감치 이란산 원유 도입을 늘렸다. 증권업계는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이 10%로 확대되면,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영업이익이 15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경질원유로도 불리는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액상탄화수소로, 이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휘발유·나프타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콘덴세이트 대부분을 카타르에서 들여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카타르산이 이란산 비중을 넘어섰다. 2015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4240만배럴로 카타르의 3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카타르산보다 27% 많았다.
현대케미칼은 이란에서 들여온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나프타와 혼합자일렌(MX)을 각각 100만톤, 120만톤씩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4년 만에 이란으로부터 콘덴세이트를 도입한 한화토탈은 올해도 경제성이 좋을 경우 이란산 수입을 지속할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국내 정유사들 설비에 잘 맞는 데다, 경제성도 있어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테헤란의 정유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공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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