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원유 등을 적극 개발키로 하면서 한국 정부도 미국산 원자재 수입을 늘린다는 전략이지만, 정유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미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석유제품 원료를 들여올 수 있을지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려봤지만, 여전히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31일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도입할 때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데, 운송비 등의 문제로 여전히 미국산은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 눈치보기' 보다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춰 '석유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최근 에너지업계에 미국산 가스·원유 도입을 주문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 12월 두 차례 미국산 원유 200만배럴을 수입했지만, 올해는 아직 추가 도입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태 GS칼텍스 부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산을 연말에 두 차례 수입했지만, 그 이후엔 아직 도입 계획이 없다"면서 "정부에서 미국산 원유 도입에 대한 관심이 많고 우리도 기회가 있는지 늘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직까진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2년여 전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를 들여온 적이 있으나, 이후에는 미국산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김유석 SK에너지 전략본부장(상무)은 "파나마 운하가 개통됐지만 여전히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 통과를 못해서 운임 코스 때문에 어렵다"면서 "미국이 돈을 많이 들여서 서부 해안에서 오일을 뽑기 전까진 미국산 원유 도입이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 번에 원유 200만배럴을 나를 수 있는 VLCC에 원유를 실으면 단위당 운송비를 줄일 수 있지만, VLCC는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된 이후에도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업계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두바이유보다 6∼7달러 정도 싸지면 운송비가 비싸도 경제성이 있다고 보지만, 아직은 가격 차이가 1달러 수준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동산에 맞게 설계된 설비의 적합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도 원유 가지고 답을 내기 쉽지 않으니 가스공사가 있는 가스 쪽을 통해 미국산 도입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중국 선사 코스코 컨테이너선 네오파나막스호가 지난해 6월 새롭게 확장 개통한 파나마 운하의 코콜리 갑문을 지나는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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