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해외 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한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주요 산유국의 재정이 악화되며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가 전년 대비 40%가까이 줄어드는 등 실적이 변변치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중동 등 산유국들도 정유 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발주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다시금 해외 시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82억달러로 2015년 461억달러에 비해 39% 줄었다. 원유 수출로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탱해온 산유국들의 재정이 악화된 탓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당초 계획됐던 발주를 미루고 기존 계약에 대한 공사비 지급도 늦어지면서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수백억 단위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고 원유 소비와 생산의 큰 축을 담당하는 미국과 러시아도 감산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올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월 1일부터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비OPEC이 각각 하루 120만배럴, 55만8000배럴의 감산을 실시했다. 지난 3년 간 치킨게임에 지친 산유국들이 자발적으로 유가 부양에 나선 만큼 올해 원유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건설업계는 올해를 해외 사업 재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각오다. 지난 3년 간 해외 사업 조직을 재편하고, 수주 위주의 영업에서 수익성 위주로 체질을 개선한 만큼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건설업계를 견인해 온 국내 주택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아야만 하는 압박감도 한 몫 했다.
또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이란을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수주 낭보가 잇따라 날아들면서 본격적인 해외수주 움직임이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대림산업(000210)은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
(EORC)가 발주한
2조
3036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 같은 달
대우건설(047040)도 이란 시르잔 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
이달 들어서는 지난달 27일 SK건설과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총사업비 3조5000억원 규모의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지면서 그간 부진했던 해외건설 수주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중동 등 주요 발주처에서도 시공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전가나 낮은 가격만을 앞세운 최저가 입찰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올 들어 이란 등 중동시장의 발주 움직임이 시작된 만큼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7억3570만달러(약 8300억원) 규모의 '우쓰마니아 가스처리플랜트 건설 공사' 입찰에서 3번째로 낮은 가격을 써냈지만 1, 2위 업체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입찰 당시 더 낮은 가격을 써낸 영국의 페트로팩(petrofac), 스페인의 TR(Tecnicas Reunidas)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다지며 수주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2014년 이후 아람코가 발주한 프로젝트 대부분을 유럽업체가 수주, 소수업체가 독점할 경우 리스크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가격 보다는 기술력 등 향후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시공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건설업체들끼리 저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1~2위 업체 간 가격차이가 20%이상 나는 등 낮은 가격으로 수주하려는 움직임이 강했다"면서도 "이제는 수주 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2년 간의 손실 과정에서 얻은 학습효과로 인해 수주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유) 현황. 자료/네이버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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