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9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은 8일 “9일 대면조사를 연기하고 추후 일정을 계속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특검팀도 이를 일단 받아들였다. 전날 탄핵심판을 3월로 넘긴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힘을 받아 ‘특검에 대한 역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와 특검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특검이 그동안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심지어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통째로 언론기관에 유출해 왔다"며 "이번 특검의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누설 역시 특검보 중에 한 사람이 특정 언론에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변호인단은 그동안 특검의 피의사실 유출로 인한 관계자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 사례와 신뢰할 수 없는 특검의 태도에 대해 강력 항의를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측도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특검을 어떻게 믿느냐. "대면조사와 관련해 특검 측과 얘기가 거의 다 된 상황에서 날짜 문제부터 약속이 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특검이 특정 방송에 계속해서 유출한 것에 대해 매우 격앙돼 있으며 일각에서는 특검과 대화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특검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이런 식으로 대면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리크(누설)하면 더는 협상을 못 하고 대면조사 일정 등에 관한 협의사항이 원천무효가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전날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9일 청와대 위민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반응에 특검팀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대변인)는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 측이 제기한 대면조사 계획 사전 유출했다는 비판에 대해 "특검팀쪽에서는 전혀 유출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현 단계에서 대면조사 관련해 확인해 줄 내용 없다”면서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편,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한 9일 대면조사를 취소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9일 밝힐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13일 오전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중 미소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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