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충전사업자 적자 '모르쇠'
민간업계 "수익 없어 민간 시장 활성화 될 수 없는 구조"
정부 "전기차 활성화가 우선…당장 수익 생각하지 말아야"
2017-02-10 06:00:00 2017-02-10 06:00:00
[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정부가 전기차 확대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 활성화의 한 축인 민간 충전사업자들의 적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개인이 설치하는 전기차 완속 충전 요금에 한시적인 특례요금을 적용했다. 기본요금을 면제해주고 전기 요금은 50% 내리는 방안으로 지난달부터 3년 동안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산업부는 완속충전기 요금 인하에 이어 급속충전기 요금도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달 12일부터 공용에 해당하는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을 kWh당 313.1원에서 173.8원으로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변경 요금을 적용할 경우 전기차가 100km를 가는데 들어가는 연료비는 4970원에서 2759원으로 낮아진다. 연비 13.1km 기준 휘발유차의 연료비 1만1448원의 24%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이 같은 요금 인하 조치를 통해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은 "급속충전요금 할인정책에 따라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될 것이며, 앞으로 전기차 활성화 정책을 계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정부정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는 정부가 전기차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민간 사업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급속충전소는 전국에 1200여 곳이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환경부가 직접 건설한 곳이 50%인 600여 곳, 한국전력공사가 시범운영하는 곳이 400여 곳, 그리고 200여 곳이 민간 충전사업들이 운영하고 있다.
 
한전이 운영하는 30%는 현재 무료로 운영되고 있고, 정부가 운영하는 50% 충전소마저 요금을 내리면 소수인 민간 충전사업자들도 요금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 충전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수익이 없는데 이제는 적자를 보는데 새롭게 들어올 업체가 있을 수 없다"며 "초창기 정부가 전기차 충전 시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했지만 요금 인하는 결국 민간 충전사업자들이 들어올 수 없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각각 대책을 마련하고 완성차 업계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등 전기차와 관련한 정책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장기적인 계획 없이 충전 요금 인하와 같은 일시적인 방편밖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가격 인하 조치가 협의를 거쳤고, 전기차 사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주현 환경부 청정대기기획TF 사무관은 "전기차 충전요금 인하는 성장이 먼저냐 배분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요금 인하에 앞서 협의 과정을 거쳤지만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 사업자들과 충전요금과 관련해 100% 협의가 가능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광주시의회 주자창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