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 간 콘텐츠 가치에 대한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상파 주문형비디오(VOD)에 대한 법적 규제 근거가 없는 가운데, 업계에서도 콘텐츠 가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통3사는 지난 3일
SK텔레콤(017670)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를 마지막으로 지상파 SVOD 서비스를 중단했다.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앞서 1일부터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SVOD란 본방송 이후 3주가 지난 후부터 무료로 볼 수 있는 지상파 VOD를 말한다. SK텔레콤은 서비스 중단 이후에도 지상파 측과 협상을 이어갔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SK텔레콤의 옥수수에서 지상파 VOD를 중단한다는 공지(왼쪽)와 LG유플러스의 비디오포털 TV 다시보기에서 지상파 방송이 사라졌다. (각 사)
지상파는 모바일 SVOD 시청자가 늘어난 만큼 가격을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12일 한 지상파 관계자는 "초기 모바일로 TV를 보는 시청자수가 약 100만명이었지만 최근 20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며 "가입자가 늘어난만큼 가격에 반영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측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이유를 들어 지상파에서 요구한 만큼의 가격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VOD 가격을 두 배 가까이 올려달라고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콘텐츠 가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제작 원가나 시청률 등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운 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콘텐츠 가치는 각각의 생산원가와 시청률 등을 근거로 매길 수 있을 것"이라며 "초고화질(UHD) 방송도 4K, 8K 등으로 나뉘어 원가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가치에 대한 조정이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콘텐츠 가치에 대한 기준은 이통사와 지상파 외에도 정부와 시청자 단체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준 미디어연구소장은 "사업자간 분쟁으로 시청자에게 피해가 간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며 "규제 기관이 규제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VOD에 대한 규제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 재송신에 대한 업무 담당은 미래창조과학부지만, 협상 당사자가 방송사이다 보니 방통위도 연관이 있다. 업무의 중복은 책임 떠넘기기로 이어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모바일 VOD 관련 문제는 사업자간 자율 협의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시장의 혼선은 짙어지고, 소비자의 불편함만 가중되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