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그룹 계열사 물량을 등에 업고 CJ대한통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을 떠나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본격적으로 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센터에서 택배 직원들이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물류업계 3위인 현대로지스틱스를 지난해 12월 최종 인수를 확정하고, 이사회를 통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그룹 8개 계열사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각 사업본부간 더욱 원활한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보다 양질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롯데그룹의 두 물류회사가 같은 사옥에서 긴밀한 협조로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업계 3위인 현대택배는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 셈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외형성장을 통해 국내 택배업계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CJ대한통운에 강력한 도전장을 날리면서 중장기적으로 양강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6조원을 돌파하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당장 CJ대한통운의 아성을 깨기는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롯데 계열사의 엄청난 물량을 등에 업고 고속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게 업계 평가다. 지난 2015년 현대로지스틱스의 롯데 계열사 물량은 630억원 가량으로 전체 매출의 약 6.5%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롯데에 편입된 직후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택배 물량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롯데닷컴의 물량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내부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선 롯데의 자체 물량이 연간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온라인쇼핑몰과 백화점, 홈쇼핑, 해외직구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갖추고 있다”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J대한통운의 지위를 넘보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들 모두 종합물류회사들인데,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사업에서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고,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택배시장의 경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치킨게임’에 빠져있고, 수익성 역시 많이 떨어진다. 때문에 이익 변동폭이나 시장 점유율 등이 단기간에 변화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사업 영업이익률은 2.6%, CJ대한통운은 3.3% 수준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