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앞장서서 반대 목소리를 내 왔던 재계에서도 조금씩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강하게 반발해 온 당초 입장에서 조금씩 후퇴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면적인 거부보다는 도입이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당초 재계의 반응은 우려의 시각이 컸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우려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 단체들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경제단체들은 당시 "상장기업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정부가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활용해 상장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사실상 기관투자자들이 연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전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정부가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활용해 상장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며 "주주 소송, 이사 해임청구 등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계 일각에서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는 것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는 "현행 기업지배구조 관련제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인 만큼 제도를 계속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며 "선진국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된 비결은 규제가 아니라 기관투자가의 감시역할이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도 기관투자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의 시장감시역할이 활성화되면 주총에서 의혹이 있는 안건들마저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풍경은 사라질 것"이라며 "상장기업들도 주주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기관투자자들과 더 많이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후진국에서는 규제를 옥상옥식으로 아무리 쌓아도 잘 작동되지 않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규제 대신 시장참여주체들의 자율규범에 의해 최선의 관행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기업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요 이슈들도 하나씩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홍·박진아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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