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 영역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상생법 개정안)이 2월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기존의 3년에서 최장 6년으로 늘어난다. 위반 시 처벌도 강화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상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생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상생법안의 골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제도 강화다. 그간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던 적합업종을 지정을 법제화해 정부가 직접 지정한다. 지금까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법에 근거를 두지 않고 동반성장위의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고, 유효기간(3년) 후 해제되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었다.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하는 업종 유효기간도 현행 3년에서 최장 6년으로 늘어난다. 중소기업청장은 현행과 같이 대기업에 사업 이양, 철수, 축소, 확장 자제, 진입 자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중소기업 지정 지연을 막기 위해선 중소기업단체가 동반성장위에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면 1년 안에 결론을 내리도록 했다. 1년 이내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중소기업단체가 중소기업청에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처벌조항도 강력해졌다. 중소기업청의 사업 자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현재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상생법 개정안은 19대부터 5년간 끌어온 법안으로 개혁입법의 핵심 법안"이라며 "산자위에서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던 만큼,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상권 진입에 제공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2006년 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되자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중소상권 진입이 본격화됐었다"며 "그 이후 상생법이 통과돼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됐지만, 민간기구가 이를 지정하다보니 대기업들이 법망을 피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10조원으로 완화되면서 예전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상권 진출이 수월해진 상황에서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상생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앞으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률도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완화로 올해 대기업집단은 65개에서 28개로, 계열사는 1769개에서 1141개로 줄어든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은 제조업 88개, 서비스업 23개 등 111개다. 이중 올해 지정 권고기간이 해제되는 품목도 67곳에 달한다.
한편, 중기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적합업종 제도의 전신인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된 이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대기업 계열사는 447개가 증가했다. 이중 387곳은 생계형 소상공인 업종으로 파악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진출을 제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여의도 국회 본청 전경.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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