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매도 압박을 받아온 채권형 펀드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 등의 영향에 듀레이션(투자회수기간)이 6개월 전후인 초단기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채권형 펀드 내에서 초단기채권형으로 한달새 4507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는 같은기간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8341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눈에띄는 성과다. 전체 국내채권형 펀드를 기준으로 보면 1983억원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초단기채권형만이 국공채권(-3409억원), 회사채권(-38억원), 하이일드채권(-44억원), 일반채권(-2961억원) 등 나머지 유형들과 차별화된 성과를 보였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초단기채권 펀드(ETF 제외) 13개를 개별적으로 살펴봤더니, '유진챔피언단기채권자투자신탁(채권)'에 가장 많은 1439억원이 유입됐다. 이어 '하나UBS파워e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에 355억원,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에 240억원, 'DGB똑똑단기채증권투자신탁(채권)'에 101억원이 각각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수익률 자체가 크게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한달새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초단기채권 펀드 역시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이어는데, 성과는 0.22%다. 수익률을 연초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이 가장 높았는데 이 역시 0.54%였다.
눈에 띄는 수익률은 아니지만, 단기채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금리인상에 대한 변동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초단기채권형 펀드는 투자적격등급채권(BBB-이상)에 투자하고 국공채와 회사채에 대한 투자제한이 없다. 통상적으로 금리 변동성이 높을 때 장기채권의 경우 수익률 변동성 또한 커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단기채권에 몰린 것이다.
오춘식 유진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상무)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채권형 펀드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하반기 들어 중장기채권형 펀드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초단기채권 펀드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챔피언으로 자금유입이 두드러진 것에 대해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인상이 가시화되자 듀레이션이 짧고 변동성이 낮은 펀드가 좋다는 인식도 커졌다. 유진챔피언단기채권자투자신탁의 경우 6개월 내외의 낮은 듀레이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단기금융상품이자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 유입이 꾸준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 대기성 자금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오춘식 상무는 "코스피가 2100선을 강하게 뚫지 못하는 등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며 "정기예금보다 나은 수준이라는 점만으로도 MMF나 초단기채권 매력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채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금리인상에 대한 변동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리 변동성이 높을 때 장기채권의 경우 수익률 변동성 또한 커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단기채권에 몰린 것이다. 사진/뉴시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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