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의 대선 경선룰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가 경선 불참 가능성을 언급하며 배수진을 친 것에 대해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경선룰 싸움은 애초부터 예상됐던 일이지만 ‘여론조사 불가론’을 주장하며 경선 불참이라는 최후통첩성 압박을 가한 것은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손 전 대표는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현장투표 80%와 숙의배심원제 20%를, 안철수 전 대표는 현장투표 40%와 공론조사 30%, 여론조사 30%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다보니 보다 못한 당 지도부는 현장투표 75%와 여론조사 25%의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양측은 자신들이 제안한 안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손 전 대표는 8일 당 지도부가 개입해 경선룰을 확정한다면 이마저도 불복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태다.
사실상 현장투표 100%를 고집하고 있는 손 전 대표의 안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생업이 있는 지지자들일 경우, 투표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구는 20대 총선 기준으로 253곳이다. 이곳에 투표소를 만들어 총선처럼 투표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충성도 있는 조직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지역별로 경선 참여율에 대한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국민의당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투표 참여는 활발하겠지만 그 외 지역에서의 높은 투표율은 장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전체 민의를 반영하고 본선 경쟁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론조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사전 선거인단 구성없는 현장투표 방식도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앙선관위의 위탁 경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이 현장투표를 실질적으로 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죽하면 정치 9단이라고 불리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제일 위험한 게 과거 민주당에서부터 동원을 하면서 조직적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금품수수 같은 게 걸리면 우리는 그 순간 벼락을 맞는 것”이라며 손 전 대표의 현장투표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겠는가.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 모두가 ‘아름다운 경선’, ‘강한 경선’을 치르겠다며 경선룰 협상을 한다.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당과 최종 선출된 후보 모두의 지지율을 상승시키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안정되지 않은 경선 방식이 존재하는 한 당과 후보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때 새 정치의 아이콘이었고, 제 1 야당의 당대표를 역임한 '정치권의 어른'격인 손 전 대표의 이런 '몽니'는 보기에 너무 안타깝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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