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덴바덴=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FTA) 압박과 환율조작국 지정문제 등 G2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옥죄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경제외교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미·중과 양자회담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중국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으며 미국과의 면담에서도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고 끝났다.
18일(현지시간) 유일호 부총리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만남을 요청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이다.
이에따라 한중 관계의 중국 사드보복 문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내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 연차총회에서 다시 양자회담을 요청한다는 입장이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 G20회의에서도 중국 정부가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다음달에 긍정적으로 변할 유인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처음 만난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에 대해 무뚝뚝한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회의장에서 축하한다고 하고, 전임자와 회의를 많이 했다고 말했지만 별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중국 사드보복 조치와 관련해 유감표명 또는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유일호 부총리는 정경분리에 대한 메시지 전달 필요성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를 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며 "다만 경제는 경제, 정치는 정치라는 것은 양국간의 앞날을 위해서 서로간에 잘해보자는 것인데 중국에서 지금도 이렇게 하고 있다고 하면서 사드와 연관 시킨적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이긴 한데 뭐 어쩌겠냐"며 "지금까지 한 것은 아직 제한적인만큼 좋게 얘기해서 서로 간에 정치 외교적인 문제가 있지만 경제관계는 더욱 발전시켜야 하지 않게냐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경제외교도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유 부총리는 미국 므누친 재무장관과 만남을 가졌다. 앞서 유 부총리는 이달 초 전화통화에서 양자면담을 약속했고, 이번 회의를 계기로 얼굴을 맞댔다.
하지만 면담 시간은 1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짧은시간 동안 유 부총리는 우리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FTA 재협상 같은 현안은 다뤄지지도 않았다.
유 부총리는 므누친 장관과의 면담에서 최근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인구구조 변화, 저유가 등 구조적·경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하며 환율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또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하고, 급변동 등 예외적 상황에서 양방향으로 시장안정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우리 환율정책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므누친 장관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잘 알겠다고 반응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내달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담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흑자, 일방향적 시장개입 등 3가지 조건에 모두 들어가면 환율조작국이 된다. 우리나라는 작년 2가지 조건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유일호 부총리는 "다음달 환율보고서 전망은 잘 될 것으로 본다"며 "관찰대상국 가능성은 있는데 미국에 지속적으로 셰일가스 뿐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용의가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 그런 것들이 받아들여지면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회의에서 양국 현안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므누친 장관은 대북 제재 문제에 집중하며 양국이 손발을 잘 맞춰야 대북제재가 효과를 볼 수 있어 완전한 협력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독일 바덴바덴을 방문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바덴바덴=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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