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오전 9시15분 검은색 에쿠스를 타고 삼성동 자택을 출발했다. 경호원들이 탄 차량이 선두에 섰다. 경찰 호위를 받으며 약 5.5km를 이동한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은 서초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서울중앙지검 후문으로 진입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진을 치고 있던 100여명의 기자들 시선이 일제히 후문 쪽으로 쏠렸다. 박 전 대통령이 청사로 들어오기 전 까지 정문과 후문 중 어느 곳으로 들어올 지 공개되지 않았다. 경호상 조치다. 통상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는 피의자들은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동쪽에 있는 정문으로 들어온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출석 시간에 맞춰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시각 전후로 동쪽의 정문 앞에서는 노동당 관계자들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집회를 열고 '박근혜 구속', 압수수색' 등의 피켓을 들고 "검찰청에서 나와 가야 할 곳은 삼성동이 아니라 서울 구치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서쪽 후문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사기탄핵”, “헌재해산”을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후문으로 진입할 때에는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24분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 도착했다. 예정된 시간 보다 6분 빨랐다.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를 한 그는 깃을 올린 감색 코트 차림으로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 뒷좌석에서 내려 포토라인에 섰다. 취재진을 둘러보며 검찰 관계자의 안내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답변을 하지 않고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조사실로 들어간 이후에도 삼엄한 경비는 계속됐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 민원인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검찰 직원들과 미리 취재를 신청해 허가를 받은 취재진만 청사 출입이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으로 사실상 폐쇄됐던 후문도 오전 10시가 돼서야 통행이 재개됐다. 양측으로 갈라진 집회는 당분간 계속 이어졌다.
경찰은 서초경찰서 인근부터 서초역까지 차벽을 치고 24개 중대 192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 인도와 도로 등 곳곳에도 경찰 병력이 들어섰다. 방송사 중계차와 취재차량은 청사 안 도로 양쪽에 빼곡히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손범규 변호사 등 변호사 일부는 박 전 대통령보다 앞서 이날 오전 9시7분 서울중앙지검 정문을 통과해 청사로 들어가 검찰 조사에 대비했다.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형사8부장이 1001호 조사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최순실 게이트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 이들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 후문 주변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사진/홍연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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