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골판지 업계가 중국의 국내 폐지 수입 강화에 따른 원지가격 상승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해제가 현실화 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거래처와의 관계 때문에 골판지 단가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면서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다.
27일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골판지 원지 가격은 지난해 7월에 이어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39.3% 인상됐다. 골판지 산업은 ‘원지(이면지·표면지·골심지)→원단(골판지)→상자’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지 가격 인상은 골판지 업계에 직격탄이다.
이번 원지 가격 인상은 대중국 수출 폐지량의 급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원지에서 폐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70%를 차지한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폐지량이 급격히 늘면서 국내에서 골판지를 만들 수 있는 원지량이 대폭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수요 대비 공급이 줄어들면서 원지 가격도 덩달아 상승한 셈이다. 올 2월기준 중국으로 수출되는 폐지 단가는 지난해 전년동월 대비 21% 증가했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중국 내 스모그 감축 정책으로 인해 제지공장 폐쇄가 원인이 되어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며 "수출단가 또한 상승해 국내 원자재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해외 수출 유혹을 끊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오는 9월로 골판지상자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골판지상자는 지난 2011년 10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2014년 재지정으로 6년간 대기업의 시장 잠식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왔다. 권고사항에는 ▲대기업의 신규 진입자제 ▲대기업 및 일관기업은 적대적 M&A 및 신설을 통한 시장 확장자제 ▲대·중소 골판지 포장 제조업계는 신수요 창출과 공통애로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등이 포함됐다. 이로써 올 10월부터 대기업의 잠식이 허용되는 셈이다.
중기 적합업종이 법적으로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관련 업계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한 골판지 업계는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제도를 무력화 시켰다"며 "신규 공장 건립이 제한되지만 증설이니 공장 이전이니 하는 식으로 확장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은 심화됐는데 단순히 기간이 지났으니 지정 해제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지정 당시보다 업계 사정이 객관적으로 나아졌다면 지정 해제에 대한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하겠지만 지금 당시보다 업계가 더욱 취약해졌는데 기간이 지났다고 기계적으로 지정을 해제한다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다"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만료되는 적합업종에 대한 어떠한 대안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적합업종이 해제되기 이전에 상생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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