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당내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에서 각각 6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대 안철수’ 대결이 조기에 가시화됐다. 본선에서 두 후보의 대결이 현실화되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야권 단일 후보 경쟁을 벌인 이후 다시 한번 맞붙게 되는 셈이다. 안 후보가 이미 대세를 형성한 문 후보를 상대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문 후보는 지난 27일 호남에서 60.2%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대선 본선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문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해소할 적임자임을 부각하며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다. 최근 다자구도에서 드러나는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을 종합하면 문 후보는 안 후보를 3배 정도 앞선다.
이에 맞서 안 후보는 호남 경선에서 64.5%의 득표율로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한 점과 국민의당이 당원 규모를 뛰어넘는 투표참여로 호남 경선이 주목을 끈 점을 내세워 맞선다.
이제 관심은 실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본선에서 대결했을 경우, 안 후보의 주장대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추이를 봤을 때 다자구도에서는 안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현재까지 중론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연대가 성사돼 문 후보와 안 후보와 함께 ‘3자 구도’가 형성되면 문 후보가 큰 격차로 1위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9~20일 실시해 21일 공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가세하며 3파전으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문 후보는 49.5%를 얻어 안 후보(25.4%)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최근 나온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쿠키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5~27일 실시한 조사 결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 시 문 후보가 44%, 안 후보가 40.5%로 지지율 격차가 3.5%포인트 밖에 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도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50.1%로, 안 후보(38.6%)보다 11.5%포인트 많은 것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고)
3자 구도와 양자 구도에서 모두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앞섰지만 문 후보가 대체로 40% 중반의 고정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안 후보는 3자 구도에서는 20%대에 진입했고, 양자 구도에서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들 간의 구도가 좁혀지는 반사효과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현재 안 후보와의 대결 구도에 대해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일단은 당내 경선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40%대 중반의 지지율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경선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이 당의 지지율에 근접하도록 유지해 경선 이후 구도에 대한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실제 문 후보는 남은 경선과정에서 경쟁 후보자의 지지층을 묶어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 내 주요 후보 지지도의 합이 한국갤럽이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6%에 달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에서는 충분히 역전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을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로 일찌감치 규정하며 조기 양자 대결 구도를 구상해온 만큼 막판 대연전극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선 문 후보가 경선에서 압승할 경우, 민주당 안 지사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안철수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양자 구도 수립을 위한 최대 변수는 안 후보를 중심으로 한 비문(문재인) 연대 달성 여부다. 현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이 안 후보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요원해 실질적인 양자 구도가 성립될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자강론’을 강조하며 국민에 의한 문 후보와의 양자 구도 구축에 집중하고 있지만 문재인 거부층의 자발적인 응집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안 후보로서는 딜레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예비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가 지난 18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4대 출범식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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