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출된 문재인 후보가 이튿날 첫 공식행보 콘셉트를 ‘당 내·외를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화합’으로 정했다. 당 내 경선기간 중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생긴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급선무인데다 중도·보수층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이동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4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내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과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찾아 참배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문 후보는 “역대 대통령들은 공과가 있었다. 우리가 안아야 할 역사이고 공과도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과제”라는 말로 그 취지를 설명했다.
전날 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대통령”을 표방한 문 후보에게 보수층 공략은 집권 후를 고려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진행된 촛불민심이 문 후보의 지지율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여기에만 기댈 경우 ‘반쪽짜리 대통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선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3일 발표한 3월 다섯째주 주간조사 결과를 보면 문 후보 지지율이 1주일 간 정체(34.4%→34.9%)된 사이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6.1%포인트 급등한 18.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구 여권성향 유권자 중 상당수가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해왔지만,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자 다시 안철수 후보 지지로 옮겨간 결과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안 지사 뿐만 아니라 홍준표 후보 지지층 가운데서도 안철수 후보로의 이동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문 후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문 후보는 당 내 화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문 후보는 경선 경쟁 상대였던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까지 일일이 열거하며 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경선기간 중 상대 후보 측에 비방문자를 보낸데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대선후보 확정 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대측에 대한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같은 것”이라고 표현한데 대해서는 “후보들이 가치나 정책을 놓고 토론을 통해서 다소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부분들을 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문 후보는 그간 수차례 밝혀온대로 당 중심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추미애 당 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을, 해당 지역위원장들이 각 시·도당 선대위를 맡아주시기를 요청한다”며 “이번에는 시·도당 선대위가 근간이 돼 일반 국민 속에서 지지를 넓혀나가는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조화와 확장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의 사람, 가치, 정책까지 포용해 선대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추 대표와 문 후보가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르면 이번주 중 구성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운데)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소속 의원들과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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