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성분약 본사·계열사 이중허가 '꼼수'
'1개 법인 1개 약품 허가' 원칙 변칙 악용 …"시장 혼탁 초래"
2017-04-13 06:00:00 2017-04-13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제약사들이 동일한 의약품을 이름만 바꿔 계열사를 통해 이중으로 허가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양 회사에서 제품을 팔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시장 혼탁을 초래하는 꼼수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바이오팜은 고혈압복합제 '듀이스타(성분: 텔미사르탄+암로디핀)'로 지난 10일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일양바이오팜은 일양약품(007570)의 계열사다. 일양약품은 이미 지난해 듀이스타와 동일한 성분 복합제인 '더블로우'로 허가를 받았다. 일양약품은 같은 복합제 2개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웅제약(069620)은 뇌기능개선제 '글리아스타'로 지난달 시판허가를 받았다. 대웅제약의 계열사인 대웅바이오는 이미 동일 성분 '글리아타민'을 2016년 발매해 팔고 있다. 두 제품의 오리지널약은 600억원대 규모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이다. 글리아티린은 대웅제약이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사와 제휴를 체결해 2000년부터 팔던 제품이다. 판권이 지난해 초 종근당(185750)으로 넘어가면서 대웅제약이 시장 방어를 위해 복제약을 연이어 출시한 것이다.
 
보령제약(003850)은 자체 개발 고혈압신약 '카나브'에 다른 유명 치료제를 결합해 '튜카브(카나브+암로디핀)'와 '투베로(카나브+스타틴)' 복합제 2종을 지난해 출시했다.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도 동일한 복합제로 최근 허가를 받았다. '카브핀(카나브+암로디핀)'와 '로카브(카나브+스타틴)'는 앞의 두 제품과 이름만 다른 제품이다.
 
국내에선 한 제약사가 동일한 약 2개를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동일 성분 의약품은 1개소가 1개 제품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시장 교란과 혼란을 막기 위한 규제다. 동일한 제품이 수십개 쏟아지면 의약품 시장이 난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열사를 통하면 동일한 약을 2개 허가받을 수 있다. 법인이 서로 달라 약사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제약사뿐만 아니라 계열사를 통한 동일 의약품 허가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대체로 계열사로 허가받은 의약품은 영업전문업체(CSO)에 외주 영업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CSO는 전체 처방액에 35~55%를 수수료로 받는다. 50% 수수료로 가정하면, CSO는 1000만원을 판매 시에 500만원을 판매수수료로 받게 된다. 제약사는 별도의 영업인력 충원 없이 500만원을 수수료로 지불하고 절반가량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쌍둥이약 전략이 시장 혼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리 오리지널 업체가 시장을 선점해 복제약 개발 동기를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시장 독과점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지배구조에 있기 때문에 한 제약사가 동일한 약 2개를 허가받은 것"이라며 "다른 법인이지만 사실상 본사 영업사원들이 계열사 쌍둥이약까지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CSO를 통한 리베이트도 성행할 수 있다"며 "리베이트 영업을 유도해도 CSO는 외부 위탁 형태여서 꼬리자르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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