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 기자] 국내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유지하고 충당금은 쌓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유지하고 만기연장채권을 대상으로 충당금을 1분기 안에 19%까지 쌓는 방향이 유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1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을 미리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19%까지 쌓는 은행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자전환 시기가 2분기여서 대우조선해양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따른 은행별 영향은 1분기 보다는 상반기에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이스신용평가 집계 결과 지난달 기준 국민·KEB하나·농협·신한·
우리은행(000030)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는 모두 2조6592억원이다.
은행권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따라 대출에 대한 자산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분류해 대출자산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달 현재 우리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60% 육박하지만 나머지 시중은행의 적립률은 10~1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 대출이 아닌 선수금환급보증(RG)이 대부분인 농협의 경우 충당금 적립률은 5%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우조선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유지하기로 하고 향후 시장 충격을 고려해 최대한 충당금을 쌓기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채무재조정안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7000억원 중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를 만기연장하게 된다. 만기연장되는 20% 여신은 요주의 분류로 19%까지 충당금을 쌓게 된다.
나머지 80% 출자전환 주식은 오는 2분기 결산 때 회계법인으로부터 공정가치를 평가받고 손실분이 실적에 반영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주당 4만4800원에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들이 대우조선 출자전환 주식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주당 가격의 차이만큼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여신 1조6000억원 규모를 출자전환해 지분 보유 가치가 '1원'으로 평가되면서 결국 연말에 모두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은행권 실적은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와 손실액 선반영 여부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쌓아놓은 부분도 있지만 더 쌓아야하는 은행들이 있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건전성 여파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채권단의 내부적인 검토가 진행 중이지만 충당금을 선반영해 쌓는 방향이 현재 시장 상황상 유력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은 '요주의'로 유지하고 충당금은 쌓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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