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새벽 '갤럭시S8' 대란…방통위 조치도 무색
갤S8 20만원대 구입…전국적 불법보조금 살포
2017-05-03 10:54:39 2017-05-03 10:55:1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우려했던 갤럭시S8 대란이 발생했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일 오후부터 갤럭시S8에 최대 70만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을 대량 살포하며 가입자 유치전에 나섰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현금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지만 연휴의 빈 틈은 컸다.  
 
갤럭시S8의 불법보조금 관련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 캡처 화면
 
 
2일 오후부터 3일 자정 무렵까지 클리앙, 뽐뿌 등의 커뮤니티와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네이버밴드 등에 갤럭시S8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글들이 일제히 올라왔다. '대구 ㅅㅋㅂㅇ S8 ㅎㅇ30', 'ㅋㅌㅂㅇ 22에 스팟 떠서 바로 달려갔습니다(ㄹㄱ는 19)' 등이다. 이는 커뮤니티와 판매점 사이에서 통하는 은어다. 'ㅅㅋㅂㅇ S8 ㅎㅇ30'은 SK텔레콤(017670)으로 번호이동하는 조건으로 갤럭시S8을 현급완납 기준 30만원에 판매한다는 의미다.  'ㅋㅌㅂㅇ 22, ㄹㄱ19'는 KT(030200) 번호이동은 22만원, LG유플러스(032640)는 19만원이라는 뜻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각 이통사와 판매방식의 초성만 표기하는 방식으로, 판매자와 커뮤니티 이용자들만 아는 암호다.  
 
갤럭시S8 64기가바이트(GB) 모델 기준 출고가는 93만5000원으로, 최대 74만5000원의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 셈이다. 온라인에서 판매 조건을 확인하고 해당 매장으로 찾아가 직접 계약서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역도 서울을 비롯해 일산, 대구, 충주 등 전국적이다. 대부분의 불법 보조금은 갤럭시S8에 집중됐지만 갤럭시S7과 아이폰6S 등 구형 제품에도 살포됐다. 커뮤니티에는 '갤럭시S7 3만원 현금완납으로 구매했다', '아이폰6S 5만원에 개통 완료'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예전의 불법 보조금은 이른바 페이백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현금완납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페이백은 단말기의 출고가 그대로 계약을 하되, 약속한 금액을 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약속한 금액보다 적게 입금하거나, 아예 입금하지 않고 잠적하는 폐해가 이어졌다. 소비자들이 페이백 방식에 불신을 품자 현금완납 방식으로 바뀌었다. 방통위는 최근 각 이통사별로 현금거래 내역을 제출토록 하며 불법 보조금 지급을 단속했지만 대란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해당 부처들이 어수선한 틈을 노렸다. 단속의 눈을 피하기 쉬운 연휴라는 점도 한몫 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단말기가 출시됐고, 연휴에 대선으로 보조금 경쟁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자들의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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