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동반성장'이다. 지난 2010년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군 동반성장 화두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전후해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이어졌다.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 사회적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고 나아가 이를 경제성장과 연계시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 옆에 동반성장이란 말이 단골로 쓰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동반성장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지이자 동시에 종착지라 하겠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기업간, 중소기업과 근로자간 동반성장도 포함된다.
동반위 출범…결과는 '용두사미'
지난 2010년 동반성장이란 큰 목표 아래 동반성장위원회가 꾸려졌다. 동반위는 '동반성장 전도사'라고 불렸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 위원장을 맡으며 이목을 끌었다. 동반위가 출범하며 대기업 의존이 극심한 우리 경제 상황에서 중소기업 보호에 대한 보호와 상생의 모델로 제시한 것이 적합업종이다. 적합업종제도는 지난 2011년 동반위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명분으로 제조업 82개 품목을 중소기업 영역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동반위가 운영주체로, 기업간 합의를 유도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동반위 7년을 되돌아보면 결국 '용두사미'에 불과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초기 동반위 정책에 환호하는 여론을 의식했던 대기업들이 시간이 흐르자 법적 구속력없는 동반위 지적을 애써 무시하는 모습으로 변질됐다.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법제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동반위 수장에 친대기업 성향의 인사까지 자리를 차지하며 적합업종 법제화의 길은 멀어져 갔다. 설상가상 소상공인들의 보호막이 됐던 적합업종도 지난 3월말부터 해제되기 시작했다. 금형을 시작으로 골판지상자, 전통떡, 청국장, 순대, 장류, 두부, 단무지 등 49개 품목이 올해 안에 해제될 예정이지만 동반위는 아직까지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기업의 낙수효과다"며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중소기업의 이익이나 정부지원이 오히려 대기업으로 거꾸로 흘러가는 빨대효과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입이라는 측면에서는 노력은 있었지만, 결과적인 의미에서 보면 성과는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법안이 현실화될 분위기다. 여기에 공정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됨으로써 대기업 갑질횡포 등 불공정거래를 겨누는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란 점도 중소기업계의 기대를 높였다.
지난 2010년 12월13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초대위원장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사진=뉴시스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반쪽짜리
아직 갈길은 멀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동반성장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에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강조하다 보니 지금까지는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중소기업과 근로자간 동반성장에 대해 노력조차 많지 않았고 문제의식도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은 대중소 상생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탁기업과 위탁기업간 관계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문제이고, 그렇다보니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에서 이뤄지는 현상이란 인식이 강했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 아니면 중소기업들간에도 수탁, 위탁 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며 "특히 기업간 동반성장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거의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동반성장 개념이 기업간 관계만이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간 관계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근로자간 동반성장을 위해서 내놓은 해법으로 떠오르는 것이 '미래성과공유제'다. 중소기업이 근로자와 미래에 발생할 성과에 대해 협약을 체결하고 목표를 달성했을때 해당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청은 현재 '미래성과공유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기업 휴넷은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활성화하고 있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회사는 1999년 설립 당시부터 경영성과급(Profit Sharing) 제도를 시행해왔다. 매년 당기순이익의 10%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또 올해부터 장기근속자를 위한 연금제도인 '직원행복기금'도 도입했다. 매년 회사이익 일정액을 출연해 그 출연금을 임직원들에게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처럼 성과공유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 연구위원은 "미래성과공유제를 도입하고 실천하는 중소기업에게 정부차원에서 지원사업에 우선적으로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 경영성과를 지급하거나 임금을 올려주는 경우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근로자간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익이 발생했을때 이를 근로자와 나누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산성이 향상되면 기업들이 얻는 이익은 더 커지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선순환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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