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4대강 재조사’ 불편한 기색…“처벌 받았는데 부담”
4대강 사업 전면 재조사…고강도 감사 예고
2017-05-24 06:00:00 2017-05-24 06:00:00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의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정권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해 과징금 등 처벌을 받은 건설사들은 해묵은 ‘4대강 논란’이 다시 부각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이다.
 
지난해 6월 4대강 조사단(단장 박창근 교수)은 4대강 중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낙동강에 대한 일체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샘플을 채취한 경남 김해 대동 선착장 전경. 사진/환경연합
 
◇4대강 사업 전면 재조사…고강도 감사 예고
 
새 정부는 지난 22일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사회적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감사의 칼날이 MB정부를 향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을 통해 큰 수혜를 본 대형 건설사들도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총 세 차례 이뤄졌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첫 감사에서 “사업 계획과 절차상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후 두 차례 평가에서는 ‘수질문제’와 ‘건설사 담합’ 등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났다.
 
특히 새 정부는 총 사업비 2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담합을 통해 대형 건설사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된 4대강 논란에 대해 명확히 밝힌 뒤 종지부를 찍겠다는 심산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4대강 일괄수주공사 입찰 당시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대림산업(000210), 삼성물산(000830) 등 1등급 건설업체만 참여해 낙찰률 94%를 기록한 바 있다. 중소 하청 건설사들의 평균 낙찰률 60~70%와 비교하면 대조를 이룬다.
 
실제로 지난 2012년 8월 공정위가 담합으로 17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1115억원, 2014년 7개 건설사 152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 가운데, 4개 건설사는 두 차례 모두 적발됐다.
 
무엇보다 앞서 세 차례 감사를 추진한 바 있어 이번 재조사는 4대강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고강도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상 국민의 의혹이 가시지 않은 만큼 이전과 다른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행정제재가 풀린 입찰담합 건설사 대표들이 지난 2015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사진/뉴시스
 
◇과징금에 처벌까지…’공공의 적’으로 내몰려
 
대형 건설사 CEO들은 4대강 담합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반성의 의미로 2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공헌기금을 출현도 약속했다. 하지만, 지켜진 건 하나도 없다. '잠시 퍼 붙는 소나기를 피해 가자'는 심산으로 시간 끌기에 나서면서 흐지부지 넘어갔다.
 
건설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정부에서 추진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참여했다”면서 “수익이 나지도 않는 사업을 참여하면서 비난 여론에 과징금까지 마치 공공의 적으로 몰리면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정책감사로 방향을 잡았고, 아직 구체화된 게 아무것도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 지켜보고 있다”면서 “다만, 이미 처벌도 받은 4대강 사업을 재조사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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