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전이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도시바가 오는 15일 메모리사업 인수 후보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이끄는 '미일 연합'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연합'은 막판 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해결하며 상황을 반전시킬 힘을 얻게 됐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지난 3월1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1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메모리사업부 인수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21일 마감한 2차 입찰에는 4개 진영이 참여했다. INCJ와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주축이 된 미일 연합,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가 구성한 컨소시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컨소시엄, 애플·아마존과 손잡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 등이다.
인수전은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컨소시엄 대 미일 연합 2파전으로 전개됐다. 특히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은 최근 도시바의 우선협상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기를 잡았다. 미일 연합의 경우 일본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 도시바가 요구한 2조엔(약 20조2000억원) 이상의 인수자금 마련에 애를 먹으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생기면서 인수전은 마지막까지 혼전 양상이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미일 연합'에 전격 합류하기로 알려지면서 인수전 구도가 요동치고 있는 것. 영국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국의 베인캐피털이 당초 미일 연합에 참여하기로 했던 KKR을 대신해 INCJ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지분 51%에 해당하는 1조엔대 규모의 인수금액을 제시하는 대신 도시바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의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다만 3조엔의 훙하이정밀공업, 2조2000억엔의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컨소시엄 등과 비교하면 인수금액에서 밀린 데다, 일본 측의 참여도 부족해 인수 가능성은 낮았다. 일본 정부의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경계도 인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미일 연합의 자금난이 오히려 이들의 방향성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일 연합의 막힌 자금난을 뚫어줄 우군으로 합류하면서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이 앞섰던 인수전 기류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다만 시장에 알려진 것처럼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의 지분 참여가 소액에 그칠 경우, 도시바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도시바와 오랜 협력관계인 웨스턴디지털(WD)이 메모리사업부 입찰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주장하고 있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도시바와 WD 간 협상이 진전이 없어 이사회 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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