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백화점업체들이 1층 매장 풍경을 바꾸고 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 대신 집객력이 높은 유명 맛집 등 식품 브랜드가 1층 명당을 속속 꿰차고 있다.
AK플라자 분당점 1층에는 지난 5월5일 줄 서서 먹는 햄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이 들어왔다. 명품 브랜드 '구찌'가 있던 알짜 자리다. 백화점 1층에 외식브랜드를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킨 것은 AK플라자 분당점이 처음이다. 식품관 리뉴얼 과정에서 때마침 1층에 있던 구찌 매장 계약이 종료돼자 집객효과를 노리고 쉐이크쉑을 들여오게 된 것이다.
쉐이크쉑을 통한 집객 효과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12일 AK플라자에 따르면 지난 한달여 동안 쉐이크쉑은 목표 매출을 180% 가량 초과 달성했다. 이 기간 AK플라자 분당점의 전체 매출도 5% 늘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식품관 리뉴얼과 마케팅 효과 등의 영향도 있어 단순 추산은 힘들지만 쉐이크쉑을 통한 집객 효과도 매출 증대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1층에 위치한 카페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롯데백화점 분당점 1층에는 카페 '폴바셋'이 있으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는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는 마카롱 디저트카페 '라뒤레'가 자리하고 있다.
식음료 매장이 수입화장품, 명품 등을 제치고 1층에 들어오는 이유는 매출 부진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마이너스 1%대로 고꾸라졌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신세계백화점의 매출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존을 위해 더 많은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여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모객 측면에서는 소수가 구매하는 수백만원대 고가의 명품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식음 매장의 효과가 훨씬 크다.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롯데 영플라자)과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대구신세계)의 백화점 1층 입성도 같은 맥락이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은 저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고 시코르는 고가 수입화장품 이외에도 닥터자르트 등 중저가 화장품도 다수 취급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과 꼭 닮은 모습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버블경제가 꺼지면서 백화점 매출이 급감하자 식음 매장이 1층에 들어서가 시작했다. 다이마루 백화점은 도쿄역 1층을 도시락이나 과자 등 음료 매장으로 꾸미며 매출 향상 효과를 봤다. 세이부백화점도 도코로자워점의 1층을 지하 1층 수준의 식품매장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이 불황이라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식품이나 볼거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은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서 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앞으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AK플라자 분당점 1층에 입점한 외식브랜드 '쉐이크쉑'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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