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부동산 '갭투자' 막아야
2017-06-26 06:00:00 2017-06-26 06:00:00
일부지역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강남 등 투기 과열지구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여파는 경기도까지 퍼지면서 최근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부동산 카페를 중심으로 ‘갭투자 카페’나 ‘동아리’가 성행을 하면서 현장방문을 다니는 모임까지 쉽게 접할 수 있다.
 
김영택 산업2부 기자
이들은 10년전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일시적으로 떨어진 뒤 다시 회복하면서 저점을 높여간 경우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번 문재인 정부 역시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가격차가 거의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아파트를 사들이고,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를 말한다. 전세 보증금을 지렛대 삼는 전형적인 ‘레버리지(leverage) 투자’로 대출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매매·전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성북구 길음동 일대 전세가와 매매가가 엇비슷한 단지가 등장했다. ‘길음래미안1차’ 전용면적 59㎡형은 매매가 3억5000만원으로 전세가와 시세가 큰 차이가 없다. 이 경우 본인의 돈이 거의 들지 않고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길음뉴타운래미안6단지' 전용면적 84㎡형 역시 매매가 5억5000만원으로 전세가 5억2000만원과 불과 30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금리인상, 규제강화, 공급과잉 등으로 순간 위축될 경우 ‘깡통주택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거나 집값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갭투자는 여유자금이 부족한 투자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새 정부는 6.19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부동산 시장의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서울·부산·세종·과천·성남 등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씩 내리는 대출 규제로 캡투자 같은 경우는 막기 힘들다. 갭투자 같은 위험한 투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히려 깡통전세를 확대하면서 세입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우선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가리는 게 급선무다. 특히 1세대 3주택 이상 수요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통해 갭투자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다소 반발이 예상되지만, 소득별 과세기준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실수요를 보호하면서 갭투자를 차단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투기 거품을 최소화해야 하는 데 주력해야된다. 이를 위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원인을 파악해 규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부동산 투기 세력을 뿌리 뽑아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와 주거 불안 등을 막을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는 투기 세력을 엄벌해 건전하고 투명한 시장이 형성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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