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기자]
퍼시스(016800)그룹이 계열사 일룸의 몸집 키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장기적으로 일룸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으로의 2세 승계를 완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퍼시스 그룹은 2세 승계 여부와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퍼시스그룹 계열사 일룸은 산하에 2개의 독립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홈 오피스 가구를 판매하는 데스커와 폼메트리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브랜드 론칭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룹 내 매출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퍼시스다. 하지만 최근 2000억원 초반대 매출액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그 사이 일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매출액을 살펴보면 994억원, 1315억원, 1555억원으로 매년 20% 내외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몸집이 커지고 있다. 배우 공유 등 톱모델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 데다 산하에 2개의 브랜드까지 론칭하며 성장세가 더 빨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그룹의 역량을 일룸에 집중하는 것이 2세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룸의 최대주주가 손태희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손 부사장의 일룸 지분율은 29.11%이지만 61.29%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다. 나머지 6.9%는 창업주 손동창 회장의 딸 손희령씨가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손 부사장이 일룸의 모든 지배권을 가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시디즈를 일룸이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2세 승계를 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룸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과제인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룸과 시디즈의 자산총액은 각각 383억원, 2168억원이다. 일룸의 자산총액이 시디즈의 17.6% 불과하다. 향후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일룸의 비율이 작아지면 그만큼 손 부사장의 지배력도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일룸이 최대주주(지분율 40.58%)로 있는 또 다른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팀스(134790)를 먼저 흡수 합병한 다음 우회상장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 회사의 자산이 합쳐 질뿐 아니라 일룸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도 높게 형성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시디즈와 자산규모를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퍼시스그룹 입장에서도 종합가구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정용 가구 부문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업적인 면에서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나 일룸을 키우는 게 현명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룸 관계자는 "데스커, 슬로우 등 새로운 브랜드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고려해 일룸 산하에 론칭 한 것뿐이다"라며 "경영권 승계 목적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오금동 퍼시스그룹 본사. 사진제공=퍼시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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