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금호타이어 공매도 물량이 말썽이다. 국민연금의 공매도 대차 논란이 매각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의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이 금호타이어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망각하고 공매도 거래를 부추겨 매각을 저해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26일 기준(2일 전 내역까지 확인가능) 금호타이어의 공매도 잔고 물량은 849만주였다. 경쟁사인 넥센타이어(4만주), 한국타이어(16만주)에 비해 월등히 많다. 잔고가 많은 이유는 주식 대여 물량이 많아서다. 각 사의 대차잔고는 넥센타이어가 50만주, 한국타이어가 800만주 정도인데 반해 금호타이어는 2000만주를 넘어선다.
이처럼 많은 주식을 대여해 줄 수 있는 곳으로 국민연금이 지목된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지분 10.79%를 가진 대주주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공매도 대차물량을 제공하며 주가 하락을 초래, 매각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의 자산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비판한다.
금호타이어의 공매도 잔고는 최근 1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 사이 금호타이어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금호타이어의 예비입찰을 앞두고 매각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지난해 최고치를 찍었다. 매각 과정에서의 각종 변수와 기대감 퇴색으로 주가도 하락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은 높은 공매도 부담이 주가에 하방압력을 추가했다고 주장한다.
공매도 거래는 주가의 하락이 예상될 때 실행되는 투자전략이다. 주가 하락을 지나치게 부추겨서 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공매도 규제가 강화돼 거래가 위축되면 시장 효율성을 훼손시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의 공매도 대차 문제도 의견이 갈린다. 한 시장 전문가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위험부담 없이 부수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금 운용 방법”이라며 “공매도 역시 그 자체를 막기보다 파생되는 문제를 다른 차원의 방식으로 제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4년 말 워크아웃 졸업하기 전까지 공적자금이 약 5조원 투입됐다. 국민연금의 공매도 대차로 주가가 떨어졌다면 자금 회수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때문에 국민연금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간의 손발이 안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타이어의 한 주주는 “기형적인 공매도 물량은 워크아웃 졸업 이후부터 계속 늘어났다”며 “국민의 혈세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작은 이익을 위해 주가 하락을 방조하는 것은 국민연금 본연의 기능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대신 “개별 투자 건이나 특정 종목에 대한 언급은 시장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공매도 논란이 지속되면서 관련 규제법도 발의돼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공매도를 폐지하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과 차입공매도 시 상환 기간에 제한을 두는 2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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