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정재훈기자]
한샘(009240)이 지역 상생 문제에 또 다시 부딪혔다. 내달 오픈 예정인 스타필드 고양점 내에 3600㎡ 규모의 한샘 매장이 입점키로 하자 고양·일산가구단지 점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대형매장인 플래그샵 오픈때마다 주변 대리점주들과 갈등을 빚어온 한샘은 최근 대리점주들을 참여시키는 형태로 매장을 오픈하며 합의점을 찾았지만 지역 가구점들과의 상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 입구에는 한샘 입점 철회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자리에는 고양가구단지와 일산가구단지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가구업체 점주와 그 가족들 200여명이 모였다.
고양·일산가구단지는 총 270여 매장으로 47여년전부터 자생적으로 마련된 전국 최대규모의 가구단지다. 정부지원으로 매년 박람회를 개최하는 데다 점주들로부터 연간 5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TV, 라디오 광고를 진행하며 인근 지역민들 뿐아니라 전국적으로 고객을 활발히 유치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역내 이케아 진출이 확정되면서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이케아 고양점은 고양가구단지와 불과 7km 떨어진 고양시 덕양구 원흥지구에 오는 10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이케아는 10억원 규모의 지원을 지역내 가구단지에 가구타운 설립과 마케팅 비용으로 지원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케아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세운 가구타운은 현재 참여할 매장 점주들을 모집 중에 있는 상태다.
두번째 위기는 한샘이 대형매장을 오픈하면서 찾아왔다. 이들은 한샘의 대형 매장이 이곳에 입점하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근처에 오픈을 앞둔 이케아 고양점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영세가구업체들은 전체 매출의 70%가 생활용품 등 비가구 제품인 이케아와는 달리 한샘과는 판매하는 제품군이 100% 겹치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가구업체 대표는 “이곳(스타필드 고양점)에 한샘의 대형매장이 들어오면 근처 가구단지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판매하는 제품군이 완전히 겹치는 상황에서 한샘 같은 대기업이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면 영세 업체들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도 “고양·일산가구단지는 서울 등 인근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가구를 사러 오는 대표적인 가구점 밀집 상권”이라며 “서울에서 가구단지로 가는 바로 그 길목에 한샘 대형 매장이 들어서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국에 집회 신고를 하니까 비로소 한샘 측에서 협의회에 협상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면서 “당초 지역 영세가구점들과는 상생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한샘이 지역 영세가구업체들과 갈등을 빚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회사는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매장을 빠르게 늘려왔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상봉점까지 현재 전국에 9곳의 플래그샵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오픈할 때마다 대리점주와의 상생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지난해 초 경기도 수원에 한샘의 초대형 매장인 플래그샵 수원 광교점 오픈을 앞두고 지역 상인들이 크게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때문에 상봉점을 끝으로 플래그샵 오픈을 중단했다. 당초 20곳의 플래그샵을 오픈해 이케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대신 대리점주들을 참여시키는 형태의 표준매장을 택했다. 표준매장은 본사에서 대형매장을 준비해 대리점주 5~10명이 들어와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오픈 예정인 고양 스타필드내 매장 역시 표준매장으로 10여명의 대리점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샘은 대형 직매장 대신 대리점을 참여시키는 표준매장을 택했지만 주변 가구단지 점주들과의 상생문제까지 해결하긴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역 상생문제를 두고 지난 27일 고양시에서 한샘 관계자와 고양가구단지, 일산가구단지 관계자들이 첫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샘측은 고양 스타필드 내 입점 계약이 이뤄졌음을 공식 인정했다. 가구단지 측은 한샘입점을 취소할 것을 분명히했다. 입점을 원할 경우 3600㎡ 가운데 직매장으로 운영되는 500㎡만 영업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한샘은 본사에 관련 입장을 전하기로 했으며, 다음달 2일 2차 미팅을 갖기로 했다.
한샘 관계자는 "스타필드내 입점 계약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지역 관계자들과의 상생 대응도 늦춰졌다"며 "오픈 전까지 지역 가구단지 관계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 나선 고양·일산가구단지, 두 협의회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집회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고양·일산가구단지협의회 관계자 등 200여명이 지난 28일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 입구에서 한샘 입점 철회를 위한 집회을 하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임효정·정재훈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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