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통신비 인하 방안을 놓고 정부와 이동통신사의 대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담 완화 차원에서 통신비 인하안을 밀어붙일 태세인 반면 이통사들은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며 결사항전 태세에 돌입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7일 황창규 KT 회장을 마지막으로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각자 회동을 마무리했다. 유 장관은 이통3사 CEO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통신비 인하 관련 논의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28일 동시 회동 시기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빨리 만났으면 한다"며 "소송까지는 가지 않아야 하므로 3사 CEO들에게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통신비 인하 강행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하는 것이 이통사에 재무적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약속한 것이므로 그대로 가되, 이통사의 사업 모델을 다양하게 하는 것에 대해 정부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는 ▲선택약정할인율 20→25%로 상향 ▲기초연금수급자 월 통신비 1만1000원 감면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업계의 진흥을 주로 담당하던 부처 특성도 돌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과기정통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진흥과 관련된 사업을 주로 맡으면서 업계 이해를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통사들이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통신비 인하안은 그간의 ICT 담당 부처 행보와는 상반된다.
27~28일 2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이통3사는 경영실적 설명회를 통해 정부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은 유통망·장비·콘텐츠·플랫폼 사업자 등 ICT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이라며 "법적인 대응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통신비 인하 부담을 ICT 업계의 다른 기업들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통신비 경감은 단말기 제조사, 포털 등 이해 관계자들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CFO 부사장은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해 많은 부분 동조하지만, 대책 입안과 추진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합리적 중재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재안으로는 통신비와 단말기 할부금을 따로 청구하는 분리과금과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이 제시되지만 이통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유 부문장은 "단말기 가격을 따로 청구하면 실제 통신요금을 명확히 인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청구 주체가 이통사인 한 효과는 제한적이라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