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 회장들이 보수 상위권을 점령한 가운데, 지급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적 개선이 미미함에도 보수는 급증한 사례가 재벌 회장에 한해 나타난다. 편법적인 보수 증액을 막기 위해 성과보수 등 급여 산정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재벌닷컴 및 경제개혁연구소 등에 따르면 반기 보고서를 공시한 2461개사의 임원 보수를 집계한 결과, 상반기 5억원 이상의 고액을 보수로 받은 임원(퇴직소득자 포함)은 295명이었다. 이들 중 10대그룹 소속 임원이 30%에 육박(88명)했다. 특히 상위 11명 중 재벌 총수 6명이 이름을 올렸다. 1위를 차지한 권오현 부회장(139억8000만원)과 윤부근 사장(5위, 50억5700만원)과 신종균 사장(6위, 50억5000만원) 등 삼성 인사들을 제외하면 다수가 총수 일가로 채워졌다.
총수 중에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보수(96억3500만원)를 받아 2위에 올랐다. 이어 허창수 GS그룹 회장(49억53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48억7600만원), 구본무 LG그룹 회장(43억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41억1800만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40억500만원)이 7위부터 11위를 차지했다.
허 회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2015년과 2016년 개별보수를 공시한 280개 회사 임원 중 보수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허 회장이 155.13%, 조 회장이 138.2%, 박 회장이 124.17%로 1~3위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의 성과지표(총자산이익률 등)는 양호하지만, 보수의 상승폭이 과도해 뚜렷한 연관관계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허 회장의 경우 2015년 GS로부터 받은 급여가 19억7700만원이었지만, 이듬해에는 급여 21억5200만원에 이례적으로 상여를 28억9200만원이나 받았다. 상여는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를 고려해 지급하는데, 계량지표는 자회사의 경영성과를 활용했고 비계량지표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했다고만 언급됐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수장으로서 그룹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힌 점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과도한 보수 인상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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