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임시국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적폐로 규정한 재벌개혁의 진척에 따라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첫 관문인 6월 임시회의 중요성은 크다. 국무총리 인준을 놓고 여야가 초반 기싸움을 펼쳤다지만, 실상은 여당 완승으로 끝났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경제민주화 입법 등의 난제들도 국민여론을 동력으로 돌파할 태세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80%에 달하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미 대선과정에서 재벌개혁을 약속했다. 장하성·김상조 투 톱이 전진 배치되며, 실천 의지도 확인됐다.
임시회를 바라보는 재계의 심정도 복잡해졌다. 공공부문에서 민간으로 확산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제동을 걸었다가 청와대 질책만 사는 등 정권교체의 현실을 절감해야 했다. 삼성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갇혀 제 목소리를 잃었다. 우군인 자유한국당은 당권투쟁 내분에 휩싸였고 국민 지지율도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재벌개혁의 수위를 놓고 여야 간 물밑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재계의 시선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여당이 일감몰아주기가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인식, 이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중점처리법안으로 내정한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존재 또한 부담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재벌 그룹들은 규제 대상에 포함돼 총수일가 지분 매각 등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 상장사로 돼 있는 현행 규제를 20%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재계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 뚜렷한 반대 의사를 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 변동 요인으로도 부각된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이 대거 시장에 나올 수 있다. 향후 이사회 선임에 대한 주주 의결권 강화,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규제 등과 맞물려 지배주주의 경영권 불안 이슈로도 번질 수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더캐피탈그룹컴퍼니스는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지분 5.17%를 인수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일단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고 했지만 향후 법 개정에 따라 삼성전자 이사회 등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앞서 3월 임시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대선 정국으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계 역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조항 등으로 외국 투기자본의 이사회 진입 문턱이 낮아져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임시회는 사정이 다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선별적 반대로 전선을 압축하지 않고서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말했고,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숨 죽이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료/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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