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차(005380)가 내수기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 등의 영향으로 해외 시장 판매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오히려 내수 시장 누적 판매량이 중국과 미국 판매량을 넘어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7월까지 내수 누적 판매량은 40만4397대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35만1292대)과 미국(40만423대) 시장 누적 판매량을 넘어선 수준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총114만2016대를 팔았고, 미국에서는 총77만5005대를 팔았다. 2016년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65만8642대였다. 1년도 안된 사이 순위가 완전히 뒤바꼈다.
올 상반기 이후 현대차의 해외 판매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무색하게 됐다.
7월 판매량을 보면 내수 5만9614대, 미국 5만4063대, 중국 5만15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시장의 8월 판매량도 크게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진의 늪으로 더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시선도 나오고 있다.
올해 월별 판매량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3월(5만6026대)부터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10만549대) 대비 44.3% 급감했다. 4월에서 6월까지는 60% 이상씩 판매량이 빠졌다. 1월과 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드 배치가 3월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3월부터 내수 판매량이 중국 판매량을 앞서면서 판매량 역전 현상은 7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미국 시장 월별 판매량이 내수 판매량보다 적었던 때는 2월과 5월, 7월이었다. 중국과 달리 미국 판매량 하락 시점은 단정키 어렵다. 그러나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하락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대차와 형제 기업인 기아차의 판매량도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기아차 중국 시장 누적 판매량은 14만9672대로 전년(32만6595대) 동기 대비 54.2% 급락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올 1월 기아차 중국 판매량(3만80대)이 전년 동기(4만9258대)보다 39% 급락하면서 내수 판매량(3만5012대)보다 낮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아차 중국 판매량은 7만6806대로 내수 판매량(4만9600대)보다 54.9% 높았다.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사드 영향 이전부터 이미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사드 배치가 알려진 3월부터 기아차 중국 판매량은 더 급격히 떨어졌다. 다만 기아차 미국 판매량은 여전히 내수 판매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까지 기아차 누적 미국 판매량은 35만2139대로 누적 내수 판매량(29만9454대)보다 17.6% 높다.
업계에서 현대차가 내수기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해외 시장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우리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위기"라며 "중국과 미국 시장 대응과 더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주요 시장 2017년 월별 판매량.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