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공 들인 사업들이 골목상권과 잇따라 충돌 중이다. 부천 상동백화점 건립이 주변 상권의 반발로 좌초된 데 이어 최근 추진 중인 편의점 '이마트24'에 대한 사업확장도 골목상권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이같은 반발 여론은 정부의 유통산업 규제와 맞물려 영토확장을 꾀하는 정 부회장의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공언한 '이마트24 편의점 사업 확장 계획'에 따라 편의점 사업에 대한 투자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24'에 3년 간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으며, 그 첫 테이프로 12일, 이마트24는 모회사인
이마트(139480)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600억원을 출자받았다.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이마트24의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 857억원의 70%에 달하는 수준으로, 정 부회장의 편의점 사업 확대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골목상권 상인들의 반발 목소리가 불거졌다. 이날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세계에 대해 "골목 상권을 침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연희 연합회 실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편의점 업계에 대기업인 신세계가 진입하면 골목상권 침해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앞으로 3000억원을 들여 이마트24의 사업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이는 골목 상권을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실장은 "마트도 모자라 스타필드는 물론이고 노브랜드, 이마트에브리데이, 이제는 이마트24라는 대기업 계열 편의점 등 지역상권과 골목상권을 마구잡이로 싹쓸이 한다고 선전포고를 했다"며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비가 좋아진다는 말을 7년이나 들었지만 정작 늘어난 것은 대기업 계열의 체인 점포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24 관계자는 "우리는 골목상권 슈퍼마켓과 경쟁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기존 편의점 3사와 경쟁하는 것이고 영업시간도 점주 자율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24시간 영업하는 다른 편의점들과 다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신세계의 '이마트24'는 점포수 2000여개, 매출액 3784억원 수준으로 경쟁사 '빅3' 편의점들이 점포를 1만여개씩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사업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성장단계에 있는만큼 빠르게 점포수를 늘려갈 것이라는 게 골목상권 상인들의 우려다.
잇따른 골목상권 반발에 정 부회장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부천 상동백화점 건립 문제도 기존 복합쇼핑몰 건립계획을 포기하고 사업규모를 백화점으로 축소했음에도 인천시 부평구 상권의 반발에 부딪혀 전면 백지화 됐고, 부천시와 소송전까지 비화되는 등 경영차질을 빚고 있다 .
사업확대에 어려움이 계속되자 정 부회장은 최근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 방침에 대해 "쉬라면 쉬어야 한다"면서도 "아쉬움은 이케아가 쉬지 않는 것"이라며 규제 형평성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특히 유통산업 규제 강화 속에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력업종의 사업 확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편의점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반발 여론에 부딪히며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대기업들이 규제 틈바구니 속에 모두 어려움이 있지만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대중인 신세계의 경우 부침이 더 클 것"이라며 "골목상권 이슈가 더 커진만큼 소상인들과의 상생 정책 강화와 합의점을 계속 찾아나가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편의점 사업이 골목상권 반발에 부딪혔다. 사진은 이마트24 서울 삼성동 코엑스점 외관이다. 사진/신세계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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