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정부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조합원에게 제시한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원'이 도시정비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시정 지시를 내렸다. 현대건설은 정부 조치에 따르는 한편 조합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수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이 지난 4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조합원 1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한 제안이 도시정비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했다고 21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자문 결과, 현대건설이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금액 중 사회통념상의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의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자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정비법 제11조 제5항에서는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적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사비 등을 제시하도록 하고, 건설사가 제시한 무상지원 조건이 추후 공사비 증액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조합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조합이 회계감사를 하는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개정할 계획이다. 또 구청과 합동으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식사제공, 개별홍보 등 불법행위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7000만원의 이사비를 위법하다고 본 정부의 판단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대건설 측은 '반포1단지 재건축 이사비 시정지시에 대한 입장'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관계 당국의 정책 발표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또 당초 제안한 이사비는 이주촉진프로그램 차원에서 8.2 대책 이후 담보범위 축소로 이주비가 부족한 분들이 많아 제안한 것으로 5억원의 무이자 대여가 기본이고 5억원이 필요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이자비용금액에 상응하는 7000만원을 드리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지자체 및 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수정안을 마련한 후 이를 담보로 하는 방안으로 이행보증증권 등을 조합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 지원할 경우 드는 1600억원의 이사비용을 다른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조합에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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