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엔외교 결산)북핵공조·평창홍보, 두 마리 토끼 잡다
"북핵, 해결 들어가는 과정…제재·도발 악순환 끊어야"
2017-09-24 15:53:04 2017-09-24 15:53:04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간의 미국 뉴욕 유엔(UN)총회 일정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취임 첫해 유엔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뉴욕 체류기간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최대한의 제재·압박’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국제사회에 재천명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와 현지 경제계 거물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도 펼쳤다. 50일 같은 5일간의 숨가뻤던 행보를 되짚어 본다.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 확인…‘최대한의 제재·압박’ 공감대 형성
 
문 대통령은 순방기간 당면한 최대과제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 강화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았다. 이를 통해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양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그 차원에서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 등을 통해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키로 하고, 한반도 주변지역에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전통적 4강 외교를 넘어 영국·체코·이탈리아·세네갈 등 유럽·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외교의 폭을 넓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한 각국 유엔 수석대표 공식 오찬에서 요르단, 라이베리아, 기니, 리투아니아, 터키, 스위스 정상 등과 헤드테이블에 앉아 친분을 다졌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진한다’,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을 억제하고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고 강도의 압박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대북원칙을 소개했다. 이에 각국 정상들 역시 지지 의사를 밝히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일정 마지막 날 유엔 기조연설에서는 전쟁예방과 평화추구라는 유엔 창립정신에 기초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방식 해결’을 강조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유엔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돼야 한다”며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통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북한 완전파괴’ 발언으로 냉각시켰던 장내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약, 미 업계 ‘큰 손’ 향한 세일즈 외교
 
문 대통령이 북핵문제만큼이나 신경쓴 부분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붐 조성이었다.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만날 때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며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 등을 선물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한반도 안보 상황이 불안한 이때에 세계가 하나 돼 평창 올림픽을 보란 듯 성공시키면, 안보 불안을 씻어내고 지역 내 평화와 안전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창의 밤’ 행사에선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국제 평화의 증진’이라는 근대 올림픽의 정신을 상기시키며 각국 정상들의 적극 참여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는 국가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 등 현지 금융·경제계 ‘큰 손’들과 주요 미디어 관계자 등 200여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과 적극적인 질의응답 등을 통해 현지의 북핵리스크 우려 불식에 주력했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인 ‘사람중심 경제’와 소득중심성장 등을 설명하며 투자자의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새 정부 출범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도발로 해외투자자들의 우려가 있는 시점”이라며 “대통령께서 아주 시의적절하게 이와 같은 행사를 가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인터컨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 “북핵, 해결에 들어가는 과정…제재·도발 악순환 끊어야”
 
문 대통령은 귀국길에 오르기 전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목적도 있어서 취임 첫 해에 유엔총회에 오게 됐다”며 “북핵 문제도 있고 그래서 잘 왔던 것 같다. 여러모로 성과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느냐’는 질문에 “(북핵 문제는) 금방 단기에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해결에 들어가는 과정”이라면서 “전체적으로 국제적인 공조가 잘 되고 있고,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에 대해 지지와 협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응은 잘 되어 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북한이) 제재에 도발하고, 그러면 그에 대해서 더 강도 높게 제재하고 이런 것이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되겠다”면서 “하루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될 텐데, 하여튼 그런 게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문제를 강한 압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평화적 해결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평창 올림픽 홍보와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만남 등을 통한 한국 시장 세일즈외교 등도 주요 성과”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새클러윙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 참석해 교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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