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브랜드 캐딜락이 국내시장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출범 후 21년 만에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독일ㆍ일본자동차 사이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캐딜락의 지난 1~8월 판매량은 1159대로 전년동기대비 약 93% 증가했다. 지난해 총 판매량이 1103대임을 감안할 때 이미 이를 넘어선 것이다. 반기 실적으로 봤을 때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처럼 캐딜락이 비약한 성장을 이룬 것은 올해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김영식 캐딜락 대표가 취임했고, 지난 3월 정정윤 마케팅 부장이 합류하면서 캐딜락은 기존의 정적인 마케팅 방식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체험 마케팅'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헐적으로 이뤄졌던 고객시승과 고객 초청행사도 대폭 확대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캐딜락이 가성비가 뛰어난 차량으로 입소문이 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국내시장에 선보인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는 미국 시장조사 기관 JD파워 주관 '2017 자동차 상품성 만족도 평가'에서 메르세데스-벤츠 GLS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품질도 인증받고 있다.
캐딜락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 행사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힘쓴다는 방침이다. 정정윤 캐딜락 마케팅 부장을 만나 캐딜락의 마케팅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정정윤 캐딜락 마케팅 부장. 사진/캐딜락
본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달라
2003년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에 입사한 후 마케팅 전략, 기획 등 전반적인 경험을 쌓아왔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3년간은 싱가폴에 본사를 두고 있는 GM 인터내셔널(GM 아시아·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본사)의 주재원으로 파견돼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중동,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의 지역 마케팅 매니저·GM 인터내셔널 통합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했다. 지역 통합 마케팅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라인 수립 등의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한국지엠 캐딜락 마케팅 부장으로 임명돼 현재 캐딜락 마케팅 및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
캐딜락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한 일들은?
캐딜락이 한국지엠에서 올 3월부로 조직적으로 분리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캐딜락은 럭셔리 브랜드로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본사차원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선 한국 소비자들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리서치부터 시작했다. 캐딜락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조사해본 결과 공통적으로 캐딜락하면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팽배했다. 특히 럭셔리 수입차를 많이 구매하는 젊은 층에게 이러한 인식이 강했다. 또한 '미국차'에서 오는 기본적인 편견도 있었다.
이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캐딜락은 젊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요즘 가장 핫 하다는 다니엘 헤니를 에스컬레이드 모델로 기용했을 뿐만 아니라 소녀시대 수영, 배우 이민정 등을 홍보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젊은 감각이 살아있는 '뉴어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했다.
올해 들어 마케팅을 적극 강화하고 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CT6와 XT5, 에스컬레이드 등의 제품들이 경쟁모델 대비 성능면에서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캐딜락'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았다. 사람들의 선택권 안에 캐딜락이 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있어야 차량 구매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캐딜락하면 흔히 떠오르는 고루하고 올드한 이미지를 깨기위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특히 캐딜락 여성고객이 수입차 여성고객의 절반 수준인 10%밖에 불구하다는 사실에 우선 여성들을 사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젊고 트렌드에 빠른 사람들이 열광하는 소녀시대 수영씨를 XT5 모델로 선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 결과 판매가 그 전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여성 소비자들만을 위한 럭셔리 부띠크 투어도 진행했고 ‘엄마와 딸이 꿈꾸던 선물 같은 하루’를 주제로 진행한 'CT6 드림데이'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여성고객을 적극 겨냥했다. 사연 응모를 통해 선발된 모녀에게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 CT6 시승 기회를 제공했는데 사연을 공모한지 일주일도 안돼서 1300명이 넘게 지원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캐딜락 하우스 서울의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존 전경. 사진/캐딜락
지난달 오픈한 캐딜락 하우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캐딜락을 직접 보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수도 2.5배나 늘었다. 이는 판매량에 직결됐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캐딜락 차량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캐딜락하우스를 8월에 오픈하게 됐다. 차량을 단순히 판매하기 보다는 고객들이 부담 없이 직접 차량을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고객들에게 서스럼없이 다가가는 친근한 브랜드가 되고 싶었다. 아시아 최초로 개장한 ‘캐딜락 하우스 서울’이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이곳에서는 차량뿐만 아니라 유명 포토그래퍼 JDZ와 캐딜락 홍보대사·뮤즈인 소녀시대 수영, 다니엘헤니 그리고 이민정과의 협업을 통해 캐딜락 화보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주말에는 국내 유명 스타일리스트 서수경씨와 뉴욕 모던 럭셔리 브랜드 코치(COACH)가 함께하는 캐딜락 고객 대상 스타일링 클래스, 인기스타 작가 김영하씨의 인문학 강연, 그리고 가수 겸 레이싱 감독인 김진표씨의 레이싱 강연 등이 약 4주간의 운영 기간 동안 매 주말마다 진행하고 있다.
미국 럭셔리가 유럽 럭셔리와 다른점은
유럽 차량들은 기본적으로 제품이 좋을 뿐만 아니라 완벽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이 판매된 만큼 남들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사람들까지는 포옹하지 못한다. 그들이 가는 길과 캐딜락이 추구하는 바는 다르다. 우리는 그들과 차별화된 새롭게 진화된 '아메리칸 럭셔리'를 꿈꾸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흔히 캐딜락하면 차량크기가 크고 연비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는데 캐딜락을 직접 타보면 그렇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4일 출시된 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CT6의 마케팅 전략은
기존의 CT6와 가장 큰 차이점은 CT6 2.0L 터보차져 엔진과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무게가 더욱 가벼워졌으며 후륜구동 방식 특유의 다이내믹한 주행 퍼포먼스를 확보함으로써 효율성 측면에서도 상당 수준의 개선을 이뤄냈다. 기존 CT6에는 3.6L 자연흡기 엔진과 사륜구동 방식이 적용됐다.
무엇보다 가격적인 면에서 메리트가 크다. 판매가격은 6980만원으로 기존 CT6의 가장 낮은 트림인 프리미엄(7880만원)보다 900만원 낮게 책정됐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동일 사양보다 약 800만원, 동급 엔진을 장착한 독일의 중형 럭셔리 차량보다 최대 400만원 이상 낮아진 가격으로 출시됐다.
이를 중점으로 40대 젊은 임원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캐딜락이 지향하는 마케팅 전략은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가 '패션·예술·먹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자동차랑 연결하려고 한다. 이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바로 럭셔리 카를 차를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본사의 전략이고 이를 따르고 있다.
캐딜락은 1,2위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다. 이에 자동차업계에서는 시도해보지 않은 모험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유명 사진작가와 패션계의 콜라보레이션은 많았지만 자동차와의 협업은 지금까지 없었다. 캐딜락은 이를 진행했으며 자동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연예인 화보에 자동차를 은근히 노출시켰다. 미국 럭셔리가 이처럼 세련되고 새롭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해보지 않은 것을 하고 싶다.
캐딜락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지난해 한국시장의 글로벌 판매량 순위는 5위로 전년대비 2단계 상승했다. 이는 중국, 미국, 캐나다, 중동에 이은 것으로 본사에서도 한국 캐딜락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만 본사에서 한국을 2번이나 왔다갔을 정도다.
캐딜락의 대표 차종이라고 할 수 있는 CT6, XT5, 에스컬레이드 위주로 고객들에게 보다 친근한 브랜드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금과 같이 연예인 홍보대사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서비스센터나 매장 수를 더욱 확충할 것이며 캐딜락하우스 재오픈도 고려 중에 있다. 고객 접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SNS를 활용할 것이며 캐딜락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 중에 있다. 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않은 캐딜락만의 '신흥 럭셔리'를 추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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