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백아란 기자] 지난해
우리은행(000030) 신입사원 공개 채용과정에서 10명 중 1명이 VIP 고객의 자녀나 고위공무원 연줄 등으로 특혜 취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에 따르면 200명의 최종 합격자 가운데 10%인 20여명이 국정원 직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 고액고객의 자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문건은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했으며 입수한 명단에 포함된 이들은 전원 최종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채에는 1만 7000여명이 지원해 8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문건에는 특혜 취업을 요청한 사람의 정보와 추천인 등이 기재돼 있었으며, 여기에는 대기업 전무의 자녀나 아무개 클럽 회장 자녀, 본부장 처조카, 국기원장 조카 등이 포함됐다.
또한 요청자의 급여이체나 퇴직연금, 여신 등의 금액과 함께 추가 거래 사항도 담겨있었다. 실제 우리은행 한 센터장이 추천한 것으로 적힌 한 고객 자녀의 경우 '비고'란에 '여신 740억원', '신규 여신 500억원 추진'이라는 문구가 존재했다.
아울러 추천명단에 포함돼 최종합격 된 A씨의 경우, 채용 이후 일과시간 무단이탈과 팀 융화력 부족, 적극성 결여 등을 이유로 사내 인재개발부의 특이사항 보고에도 올랐던 것이 밝혀졌다.
심 의원은 "국정원부터 감독기관이 되어야할 금융감독원, 그리고 고액 고객의 자녀가 망라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건을 보는 수십 수백만 취준생들과 빽 못 써주는 부모님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일 것"이라며 "금감원 조사는 물론 철저한 조사 후에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 고발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명을 위해 심상정 의원실을 찾은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문건이 인사팀 내부에서 작성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고 심 의원 측은 전했다.
고액 고객의 친인척이 명단에 포함된 경위에 대해서는 '거래관계상 즉시 거절하지 못하고 인사부에 추천을 전달해 명단을 작성한 사례'는 인정하면서도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합격발표 후 결과를 고객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의뢰하고 고발 조치해야 한다"는 심상정 의원의 요구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채용 청탁 명단에 금감원 전 임원 등 2건이 포함된 데 대해 자체 감사를 통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측은 특혜채용이 있을 수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문건이 누가 어떤 용도로 어떤 시기에 작성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신입행원 채용은 2008년부터 블라인드 면접으로 실시돼, 면접관은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모르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백아란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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