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IT 업계에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하도급법은 프로젝트 발주처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 취지와 달리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주처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함께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업무 지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T 서비스 업계에서 10년차 개발자로 근무 중인 이모(40)씨는 최근 일이 하나 늘었다. 프로젝트 발주처 전산 담당자로부터 요구사항을 전달받았지만, 하도급법을 준수하려면 이행이 불가능하다. 이씨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업무 지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별도의 담당자를 통해 실무자에게 전달된다"며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을'의 기업이나 개인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치면서 기업들이 하도급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다 보니 이러한 비효율적인 문제가 불거졌다"고 부연했다.
협력사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 중인 SK텔레콤도 하도급법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본부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성장동력 뭘 키울까' TF 회의에서 "최근 시스템을 변경했는데 하도급법 때문에 협력업체와 같은 시스템에서 개발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내부의 결과물을 협력업체에 전달을 해줘야 하는데, 이는 개발과 운영을 동시에 해야 하는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발주처가 수행 기업들과 함께 하도급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대해 기업들이 인력파견업으로 등록해 직접 업무 지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사업자등록을 인력파견업으로 하지 않고 일반사업자로 하다 보니 하도급으로 편법 계약을 하게 된다"며 "인력파견업으로 등록해 공동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됐다"고 말했다.
하도급법에 대한 IT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 9월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W생산국 도약을 위한 아직도 왜' TF 회의 모습. 사진/과기정통부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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