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골판지 시장의 문제점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이해 관계자간 회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원인제공자인 원지업계가 회동에 불참해 '반쪽짜리'로 파행됐다. 업계에서는 원지업계에 대해 상생 의지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6일 오후 2시 위원회 내부에서 골판지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마련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정감사 후속 조치로 골판지 시장 내 문제점을 검토 중인 가운데, 민간 기구인 동반위를 주최로 세워 마련한 자리다.
당초 이 자리에는 한국제지협동조합,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 한국박스공업협동조합 등 원지, 원단, 상자를 대표하는 3개 조합 임원과 적합업종 권고대상 기업들의 임원이 참석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원지업계가 불참하면서 첫 대화는 반쪽짜리에 그쳤다. 간담회 하루 전인 25일 제지조합에서 불참 의사를 밝혔고, 이 소식을 접한 박스업계도 간담회 참석을 거부했다. 한국박스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원지가격에서 시작된 애로 사항으로 마련된 회의에 제지쪽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제지업계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박스업계도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골판지조합과 적합업종 권고대상 기업들의 임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정부가 민간자율기구인 동반위를 통해 업계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던 취지와는 다른 결과다.
제지조합이 불참한 데 대해 중소골판지, 상자 업체들은 "상생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골판지업계 한 관계자는 "원지사들의 횡포가 국감에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 이상 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업계 관계자 역시 "상생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 불참한 한국제지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 관련 행사가 있어 참석이 어려웠다"면서 "또 기회가 있으면 참석할 의향은 있지만 제지업계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골판지상자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한 권고범위의 적합여부, 개선점 등을 중심으로 애로사항을 전했다. 골판지포장조합은 골판지상자가 적합업종 대상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인 투자 경쟁을 이루고 있는 데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골판지상자는 지난 2011년 10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9월말로 1회 연장을 포함한 6년간의 권고 기간이 만료됐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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