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다시 생존 기로에 서다
RG 발급 난항에 채권단 실사까지
2017-11-01 09:11:47 2017-11-01 13:34:04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중견조선소로 전락한 STX조선해양이 다시 생존 기로에 섰다. 어렵게 선박을 수주했으나 금융권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난항을 겪으면서 계약이 취소될 위기다. 지난 8월 폭발사고에 이어 악재가 겹쳤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실사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다.
 
1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5만1000DWT(재화중량톤수)급 MR탱커 2척에 대한 RG 발급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척당 선박 가격은 3300만달러다. 동급의 선박 2척을 추가 수주할 수 있는 계약도 포함돼 있다. 선주 측이 제시한 RG 발급 기한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그러나 금융권 RG 발급이 지연되면서 STX조선해양은 선주와 협의해 RG 발급 기한을 오는 23일까지로 연장했다. 앞서 STX조선해양은 9월 말까지였던 RG 발급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이번에도 금융권으로부터 RG 발급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최대 4척, 1억4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수주가 무산될 수 있다.
 
STX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STX조선해양
 
RG는 조선소가 계약한 선박을 기한 내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발주사의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환급하는 제도다. 선주들은 RG 발급을 전제로 조선소와 가계약을 맺고, RG 발급 후 본계약을 체결한다. 금융권은 조선업계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RG 발급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STX조선해양은 이번 RG 발급이 무산될 경우, 지난 9월 수주한 5만DWT급 탱커선 6척(옵션계약 2척 포함)에 대한 금융권 지원도 장담할 수 없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채무 변제 계획을 이행하며 재무구조가 안정화됐다고 판단했다. 졸업과 동시에 국내외 선사와 선박 수주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불과 1달 만에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실사 결과도 변수다. 금융권은 중견조선소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실사 결과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독자 생존이나 다른 조선소와의 합병 등 생사가 갈릴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장기 생존 여부가 RG 발급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자료를 다각도로 검토해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한편 STX조선해양의 남은 일감은 21척으로, 올해 수주한 11척의 선박 가운데 RG발급이 이뤄진 건 4척에 그친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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