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세탁기, 태양광전지 등에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를 저격했다. ITC는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의 반도체 관련 특허를 침해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국내 수출 효자인 반도체로까지 확대되며 가중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 과정. 사진/삼성전자
IT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특정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반도체 기기 및 부품과 해당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에 대해 '관세법 337조' 조사를 개시했다. 이 조사는 미국의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업체인 테세라가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테세라는 삼성전자가 WLP 기술과 관련된 미국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WLP는 웨이퍼를 개별 칩 단위로 절단해 패키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패키징을 간소화해 웨이퍼 단계에서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앞서 테세라는 지난 9월28일 삼성전자와 일부 자회사가 반도체 공정 및 본딩, 패키징 기술, 이미징 기술 등과 관련된 24개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ITC와 연방지방법원 3곳, 일부 국제재판소 등에 제소했다.
테세라는 ITC에 자사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품을 비롯해 해당 반도체가 탑재된 스마트폰, 태블릿, 랩톱, 노트북 등의 수입금지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에 탑재된 전력반도체(PMIC) 칩을 특허침해 사례로 명시했다.
ITC는 사건을 담당할 행정법 판사를 배정하고 조사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ITC는 관세법 337조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지난 2013년에도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하면서 갤럭시S·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 해당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내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ITC는 지난달 초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자국 관련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말에는 한국산 태양광전지에 세이프가드 구제조치 판정을 내리면서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가 전방위적으로 비화되면서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세탁기 등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할 경우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된다"고 반론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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